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과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의 입지 정책이 전면 재검토될 예정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박2일 경제현장 방문 첫날이었던 7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과 지방의 산업단지와 경자구역 전반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지금은 각 지역마다 목적이 정해져 있어 기업이 들어오기 어렵게 돼 있다”며 “개발이 부진한 일부 경자구역의 면적을 줄이고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특성화 대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자구역과 국가산단 등 각종 특구의 투자유치 현황과 경제성 등을 전면 재검토한 뒤 지구 축소·폐쇄 등 대책을 마련해, 이르면 9월께 발표될 예정인 3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책 결정의 배경으로는 정치적 입지 선정에 따른 투자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산단 등 지구 지정이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된 측면이 있다”며 “이에 적절한 기업 투자 유치에 실패한 지구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국가 입지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앞서 기재부는 재계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250건의 정책과제를 수렴했는데, 이 가운데 입지관련 과제가 48개, 사업진입 관련이 56개에 달했다. 대부분 경자구역과 국가산단 입주혜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정부는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권역을 2008년에는 황해(당진·평택 등), 대구·경북, 새만금 등 8개 구역 448㎢를 경자구역을 지정해 각종 세제 혜택과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정부는 또 국가기간산업 발전을 위해 전국 30여곳에 국가산단을 지정하고, 입주 기업에 입지·세제혜택 등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이들 특구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부동산 경기둔화 등으로 개발사업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 수단을 총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자구역 448㎢의 절반이 넘는 249㎢가 개발 착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1일 사업 실패가 공식화된 ‘에잇시티’(8시티) 개발사업은 경자구역 재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천광역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1일 용유·무의도 경자구역에서 개발을 추진하던 관광복합단지 ‘에잇시티’(8시티) 개발사업의 실패를 이날 공식 발표했다. 2030년까지 317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초대형 개발사업의 무산으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새만금·군산경자구역을 3분의1 정도 축소하기도 했다.
정부의 입지정책 재검토는 기본적으로 규제완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 부총리는 “경자구역과 국가산단은 기능별로 접근해 투자유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도권은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 지구·클러스터 지정 등 방식을 통해 기업에 다양한 입지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도권, 비수도권의 일률적 기준으로 접근할 경우 지방의 반발이 극심할 수 있다”며 “지역별 특성과 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부총리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 기조는 기업활동 활성화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기업투자와 서비스업 활성화에 대한 여러가지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동향이 심상찮은 만큼,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민주화가 잇따라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 경쟁인데, 그 부분은 이미 돌아설 수 없는 컨센서스(합의점)가 됐다”며 “2분기 회복세를 보인 성장률을 이어가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기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부분만 조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1박2일 현장방문 이틀째인 1일 광양제철소, 마산어시장, 경남 창원시 테크노파크, 울산 온산국가산단 현장을 방문했다.
광양·창원/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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