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에서 한 시민이 매물 시세표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올들어 서울 전셋값 상승률
지난해 같은 기간 4배 치솟아
월세로 바뀌면서 전세 품귀
집값 꾸준히 내리면서
매입보다 전세 선호도 한몫
정부 “단기간 해결 어려워”
전세공급 늘리고 금융지원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민생법안 조속 처리” 목소리
지난해 같은 기간 4배 치솟아
월세로 바뀌면서 전세 품귀
집값 꾸준히 내리면서
매입보다 전세 선호도 한몫
정부 “단기간 해결 어려워”
전세공급 늘리고 금융지원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민생법안 조속 처리” 목소리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에 전세로 살고 있는 엄아무개씨는 오는 9월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3억3000만을 2년 만에 4억3000만원으로 1억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지내 초·중·고교가 있는 등 교육여건이 좋아 전세수요가 많은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최근 4년 동안 70% 이상 치솟았다.
한 여름인데도 수도권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가을철 이사 성수기를 앞두고 서둘러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는 늘어났으나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대로 가면 9~10월 전세난이 지난 2010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케이비(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올들어 전국 주택 전셋값은 2.10%, 서울지역은 전셋값은 2.25%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전국 -0.21%, 서울 -1.13%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0.59%의 4배에 가까울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달에는 과천(1.77%), 용인 수지구(1.28%), 구리(1.14%), 수원 영통구(1.07%)의 전셋값 상승률이 전국 1~4위를 휩쓰는 등 수도권 오름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 월세로 대거 바뀌면서 전세매물 재고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게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부터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과천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과천에서는 아예 전세 매물의 씨가 말랐다.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들은 전세만 찾고 있어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도 집값이 꾸준히 내리면서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조차 주택 매입을 꺼리고 전세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요건 완화, 은행권의 대출 경쟁 등으로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이 쉬워진 것도 전셋값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배경이다.
가을철 전세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전세난은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매 가능한 사람이 전세를 선호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미스매치의 결과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지난달 경제장관 조정회의 때 발표한 대로 전세 공급을 늘리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출자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의 매입·전세임대주택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다가구 매입임대 지원단가를 높여 매입 대상주택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또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혼부부 주택 구입자에게 3%대의 장기저리 자금을 빌려줘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 한도를 현행 1억5000만원에서 2배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재계약하는 임차인의 전세금 인상분에 대해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집주인의 신용을 담보로 빌려주는 ‘목돈 안드는 전세Ⅰ’ 대출을 이달 중 은행을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난 완화를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관련 민생법안 처리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차인의 전·월세 재계약 기간 1회 연장 청구권과 함께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5~10% 이내에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주택임대차보호법) 도입과 ‘취득세 영구인하’(지방세법) 등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민주당의 전·월세 상한제, 뉴타운 세제혜택(뉴타운 사업 중단에 따른 건설사 매몰비용을 세법상 비용처리해주는 것) 등을 주고받는 ‘빅딜’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여야 협상 추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주택시장에 끼칠 영향이 제각각이라는 진단도 있어 빅딜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매매거래 활성화와 전세 공급 효과가 있겠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규제 완화로 민간 분양주택 공급을 촉진하자는 것이어서 반대의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권은중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