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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 반대에 상법개정안마저 후퇴…경제민주화 또 역주행

등록 2013-08-07 20:20수정 2013-08-07 22:29

비공개 당정청 회의 열어
“부작용 우려” 완화방침 공식화

대주주 전횡 감시·견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최대 쟁점’
재계 “경영권 위협” 반발해와

대선공약·국정과제 약속 어겨
정기국회서 격론 예상

“정권 출범 뒤 6개월도 안돼 ‘발병’이 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가 최근 갈수록 노골화하는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새누리당·정부·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당정청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의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회의를 마친뒤 기자들에게 “상법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으니 입법예고기간동안 의견을 듣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벌이 반발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완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 146곳의 경우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선임하도록 해서 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허용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여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견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집중투표제는 1개의 주식에 선임될 이사의 수 만큼 투표권을 부여해, 소액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사를 지금보다 쉽게 선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이에 대해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과 보수언론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한다. 전경련의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7일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외국에 유례가 없고,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과도한 자금투입으로 투자·고용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집행임원 선임 의무화(이사회 의장과 집행임원 겸직 금지), 일정 규모 이상 회사의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주대표소송 도입 등 상법 개정안의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다.

하지만 재벌의 경영권 위협론은 왜곡·과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상장회사의 이사수가 평균 9명 정도인데, 법상 최소 3명 이상 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에 모두 반대세력이 선임돼도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이사 임기를 서로 달리하는 ‘시차임기제’가 허용되고 있어 그런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재벌의 반대는 총수 혼자 절대권한을 행사하는 지배체제에서 이사회 안에 총수의 통제 밖에 있는 독립적 인사가 단 한명이라도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상법 개정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

또 상법 개정안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약속한 내용이어서, 정부가 재계의 반발에 밀려 후퇴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최근 총수들이 구속기소 또는 실형선고를 받은 씨제이·에스케이·한화그룹의 배임횡령 사건의 근본원인도 이사회가 총수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재벌의 반대 명분이 없음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들어 경제정책의 최우선을 경제 활성화로 잡고 국세청 세무조사 축소,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완화에 이어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상법 개정마저 후퇴할 경우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공정거래 분야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겨우 절반 정도 이뤄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입법이 사실상 끝났다고 말 함으로써 추가입법을 막는 결정적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부터 관련부처간 협의를 거쳐 오는 25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대로 상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야당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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