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중산층 기준은
지난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에만 손을 댄다는 비판에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을 부랴부랴 수정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애초 정부는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부터 세 부담을 점증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는 상위 28%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두고 “중산층 이상 상위 소득계층의 세 부담을 늘려 서민·저소득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가 소득 상위계층으로 분류된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3450만원 기준은 중산층 개념과는 크게 관계가 없었습니다. 중산층은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3450만원은 개인의 근로소득이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3450만원을 기준으로 한 것은 여당이 기준을 조금 높일 수 있는 여지를 뒀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당이 여론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낮춰 잡았던 기준이었는데 예상보다 반발이 컸다는 설명입니다.
원래 우리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용하고 있는 중산층 개념을 사용해왔습니다. 전체 가구소득의 한가운데 있는 소득(중위소득)에 50~150%를 곱한 구간입니다.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1839만원부터 5518만원 사이입니다. 정부는 논란 끝에 연소득 5500만원 이상 근로자부터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수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오이시디 기준 중산층 개념을 차용해, 그 상한선을 새로운 증세 기준점으로 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가구소득 연 1839만원이 중산층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최근 발표된 내년 최저생계비 기준(3인가구 기준 월 132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중산층 산출 방식이 보유 자산이나 부채 등을 제외한 채 오로지 근로소득만을 반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인턴, 계약직, 중도 이직 등으로 1년 전체를 채우지 못한 근로소득자들이 얻은 소득도 모두 1년 소득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한 중산층 기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반영도가 떨어지는 기준 탓일까요? 정부가 사용하는 중산층 기준도 오락가락합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중산층 감세를 해준다면서 세법개정안 감세 기준을 ‘과세표준액 8800만원’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과세표준 8800만원이면 연소득 1억원이 넘습니다. 실질은 부자 감세였지만 중산층 감세라고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 지난 ‘4·11 부동산 대책’에서는 연소득 6000만원이 중산층 기준이었고, 새로 출시된 재형저축에서는 연소득 5000만원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정책의 성패는 국민의 신뢰에 달렸는데, 기준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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