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전력을 잡아내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만큼 보내자.”
전력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전력난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 가전 등도 모두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들이다. 이 기술들을 모두 아울러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이 바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실용화에 힘을 쏟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이다. 한국도 200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적용한 실증단지를 만들고, 170개 기업이 참여해 사업성을 점검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제주실증사업을 통해 검증된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아이티(IT)기술을 접목해 전력공급자(발전소·한전·전력거래소 등)와 소비자(공장, 가정, 대형건물)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현재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너지 낭비’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스마트그리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요금정보가 제공되는 전력계량기(지능형검침인프라)를 공장과 각 가정에 설치(현재 보급 사업 진행중)하며,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쓸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빌딩이나 공장에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잡아내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도 필수적이다. 에너지저장장치가 대중화하면, 시간과 날씨에 따라 불규칙하게 생산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소비가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실시간으로 요금을 파악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를 통해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국가에너지의 3%(피크 전력 6%)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4100만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9년 27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고 2030년 관련 시장이 123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기술개발과 기기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오는 10월까지 예비사업자 3~4개 업체를 선정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스마트그리드 실용화의 기반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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