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지침’ 초안 발표
전체 판매장려금의 절반
이마트 2009년 3688억원
당기순이익의 65%에 해당
전체 판매장려금의 절반
이마트 2009년 3688억원
당기순이익의 65%에 해당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한테서 반강제적으로 받는 각종 판매장려금 가운데 기본장려금처럼 유통업체들의 판매촉진 노력과 관련이 없는 것들은 앞으로 금지될 전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장려금은 중소 납품업체들이 최대 애로요인으로 꼽는 사안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연간 순이익의 6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판매장려금 심사지침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심사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심사지침은 판매장려금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판매장려금의 합리적 인정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합리적 의견을 수용한 뒤 올해 안에 최종안을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사들여 직접 판매하는 직매입거래를 하면서, 상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계약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지급받는 경제적 이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촉진 활동과 상관없이 납품업체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징수하는 비용 성격으로 전락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간 순이익의 6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부당한 횡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초안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촉진 노력과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판매장려금으로 기본장려금을 꼽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 매입금액의 일정비율(또는 금액)을 기본장려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기본장려금은 전체 판매장려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해, 심사기준이 확정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 예로 업계 1위인 이마트가 2009년에 납품업체한테서 받은 판매장려금은 3688억원으로, 당기순이익(5680억원)의 65%에 이른다.
공정위는 또 대형 유통업체들의 직매입거래 성격상 무반품 장려금(반품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는 장려금), 시장판매가격 대응 장려금(이미 납품받은 상품의 판매가격을 인하하면서 비용보전을 위해 받는 장려금), 재고보상 장려금(재고 소진에 따른 비용보전을 위해 받는 장려금), 폐업 장려금(점포를 닫으면서 덤핑, 가격할인 등에 따른 비용보전을 위해 받는 장려금) 등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신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에 사전합의한 상품판매 신장 목표를 판매촉진 활동을 통해 달성했을 때 받는 성과장려금은 인정하기로 했다. 또 신상품 입점 장려금(출시 6개월 이내 신상품을 매장에 진열해주는 대가로 받는 장려금), 매매 장려금(상품을 매출증가 가능성이 큰 자리에 진열해주는 대가로 받는 장려금) 등도 인정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대표로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판매장려금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주는 것에 대해 납품업체(제조업체)가 가격할인 혜택 대신 제공하는 리베이트로서, 공정위가 규제를 할 경우 납품업체에 가격할인을 요구하거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납품업체 대표로 나온 완구공업협동조합의 소재규 이사장은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행위로서, 아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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