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규모 전년보다 1조 줄어
총수일가와 2·3세 지분 높은 곳
내부거래 비중 여전히 높아
총수일가와 2·3세 지분 높은 곳
내부거래 비중 여전히 높아
정부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재벌 계열사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처음으로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총수일가 및 2·3세 지분이 높은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아, 총수일가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익을 추구할 위험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13년도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49개 대규모 기업집단(공기업 제외)에 속한 1392개 계열사들의 2012년도 내부거래액은 185조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1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도의 186조3000억원에 비해 1조원이 줄었고, 내부거래 비중도 전년 대비 0.94%포인트 감소했다. 재벌의 내부거래액 감소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내부거래는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로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 외에도 부당지원이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감소 이유와 관련해 “계열사간 합병, 자발적인 축소 노력,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부과 등과 같은 정부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13.4%로 전체 평균치보다 높았다. 10대 그룹 내부거래액도 2011년에 비해 2조원 줄고, 내부거래 비중은 1.2%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내부거래액이 7조1000억원 감소한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9대 그룹의 내부거래액은 5조원 늘어났다. 삼성의 내부거래액과 비중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SLCD) 등 3개사의 합병에 따른 결과로, 순수한 내부거래 감소와는 차이가 있다.
또 총수일가와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3~16%에 불과한 반면, 총수일가 지분이 50%를 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54~57%로 4배에 달했다. 물류, 시스템통합(SI), 건설, 휴양시설, 광고 등 5대 업종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평균 49.5%,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44.1%로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감소했으나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성급하다. 시스템통합, 광고, 물류 등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문제가 되는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아 총수일가의 사익추구행위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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