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개정안’ 규제대상 지분 30→50% 상향 요구
재벌 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시행령에서 규제 강도를 대폭 완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후퇴 분위기 속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자칫 무력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어, 공정위가 입법예고할 예정인 개정 공정거래법의 시행령(초안)에 대해 논의한다. 당정회의에는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박민식) 소속 새누리당 의원 13명 대다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초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으로 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이를 5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반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전경련 요구를 받아들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재벌 계열사는 208개(공정위 시안 기준)에서 129개로 대폭 축소된다. 또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인 현대글로비스, 에스케이씨앤씨(SKC&C), 삼성에버랜드 등이 모두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이들 3곳의 총수 일가 지분은 43~48%다. 또 공정위는 시행령 초안에서 규제 대상 거래를 내부거래 비중 10%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정해, 규모가 큰 내부거래만 감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이를 각각 20% 이상, 200억원 이상으로 높여, 규제 대상을 더 좁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법상 세가지 부당이익 제공 유형인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상당한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 제공’,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는 거래’와 관련해서도, 공정위의 자의적 법 집행 위험성을 내세워 시행령에 ‘상당한’ 조건이나 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6월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도 재계의 반대 의견을 적극 대변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부당이익 제공의 판단 잣대가 되는 ‘상당한’ 조건이나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개별 사안별로 정상가격에 견준 차이는 물론 거래 규모, 부당이익 정도, 거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당이익 제공 기준을 정할 경우, 자칫 재벌들한테 규제 회피 방법만 알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9월 초에 입법예고할 계획이었으나, 새누리당의 제동에 발목이 잡혀 차질을 빚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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