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공정위 직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 당정협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김용태 의원 “규제대상 지분
상장사 40%로 수정을” 압박
SKC&C 등 규제서 빠질 가능성 공정위도 ‘부당지원 금지’ 일부 완화
시민단체 “무력화 시도 중단을” 재벌 총수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이 새누리당의 노골적인 규제 완화 요구로 표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제살리기를 앞세운 여당의 압력에 밀려 부당지원의 위법성 성립요건 기준을 일부 완화시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도 되기 전에 법 개정 취지를 잃을 위험에 빠졌다. 경제정의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조찬을 겸한 당정협의를 갖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여당 의원들이 대폭적인 완화를 요구해 결론을 못내렸다. 공정위는 애초 9월 초에 입법예고를 끝낼 계획이었으나, 추가 당정협의까지 고려하면 추석 이전에는 쉽지 않게 됐다. ■ 새누리당의 압박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재벌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안대로라면 43개 재벌 계열사 208곳이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은 이를 상장사 40%, 비상장사 30%로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외관상 규제 대상 기업이 공정위 안보다 27개 줄어든다. 하지만 공정위 간부는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격인 현대글로비스, 에스케이씨앤씨(SKC&C), 삼성에버랜드 등의 총수일가 지분이 43~48%여서, 김 의원 안대로 하면 총수 지분을 낮추면 이들이 모두 규제대상에서 빠진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재벌 계열사들의 연간 내부거래비중이 10% 미만이거나 내부거래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거래에 대해서는 총수 일가 지분과 상관없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은 이를 각각 30%, 200억원으로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 공정위도 부분 후퇴 공정위는 현행법상 부당지원 금지규정 관련 위법성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로 확대한 것과 관련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으로서, 내부거래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경우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심사지침에서 해당 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10% 미만이거나 거래규모가 10억원 미만인 경우로 제시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는 오히려 “기존 심사지침에서 정한 정상가격과의 차이 10%는 금리 등 자금지원에 관한 것이고, 일반 상품용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공정위 안대로 하면, 앞으로 재벌이 상품용역거래를 통해 부당지원을 할 때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보다 조금만 낮아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시민단체들의 비판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국민 사기극 되나’라는 논평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은 대통령의 핵심 경제민주화 공약임에도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존재 자체만 의미가 있는 법안으로 전락한데 이어, 시행령 개정조차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도 논평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시행령 후퇴는 경제민주화 후퇴를 넘어 실종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안에서는 여당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한 간부는 “여당은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입법예고안을 발표해서는 안된다는 엄명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상장사 40%로 수정을” 압박
SKC&C 등 규제서 빠질 가능성 공정위도 ‘부당지원 금지’ 일부 완화
시민단체 “무력화 시도 중단을” 재벌 총수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이 새누리당의 노골적인 규제 완화 요구로 표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제살리기를 앞세운 여당의 압력에 밀려 부당지원의 위법성 성립요건 기준을 일부 완화시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도 되기 전에 법 개정 취지를 잃을 위험에 빠졌다. 경제정의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조찬을 겸한 당정협의를 갖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여당 의원들이 대폭적인 완화를 요구해 결론을 못내렸다. 공정위는 애초 9월 초에 입법예고를 끝낼 계획이었으나, 추가 당정협의까지 고려하면 추석 이전에는 쉽지 않게 됐다. ■ 새누리당의 압박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재벌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안대로라면 43개 재벌 계열사 208곳이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은 이를 상장사 40%, 비상장사 30%로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외관상 규제 대상 기업이 공정위 안보다 27개 줄어든다. 하지만 공정위 간부는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격인 현대글로비스, 에스케이씨앤씨(SKC&C), 삼성에버랜드 등의 총수일가 지분이 43~48%여서, 김 의원 안대로 하면 총수 지분을 낮추면 이들이 모두 규제대상에서 빠진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재벌 계열사들의 연간 내부거래비중이 10% 미만이거나 내부거래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거래에 대해서는 총수 일가 지분과 상관없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용태 의원은 이를 각각 30%, 200억원으로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 공정위도 부분 후퇴 공정위는 현행법상 부당지원 금지규정 관련 위법성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로 확대한 것과 관련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으로서, 내부거래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경우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심사지침에서 해당 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10% 미만이거나 거래규모가 10억원 미만인 경우로 제시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는 오히려 “기존 심사지침에서 정한 정상가격과의 차이 10%는 금리 등 자금지원에 관한 것이고, 일반 상품용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공정위 안대로 하면, 앞으로 재벌이 상품용역거래를 통해 부당지원을 할 때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보다 조금만 낮아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시민단체들의 비판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국민 사기극 되나’라는 논평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은 대통령의 핵심 경제민주화 공약임에도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존재 자체만 의미가 있는 법안으로 전락한데 이어, 시행령 개정조차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도 논평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시행령 후퇴는 경제민주화 후퇴를 넘어 실종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안에서는 여당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한 간부는 “여당은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입법예고안을 발표해서는 안된다는 엄명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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