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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복지공약 후퇴 놓고 ‘현실론’ vs ‘발상 전환론’

등록 2013-09-24 20:09수정 2013-10-01 15:39

정부·여당 “노년인구 폭증, 2030년엔 1269만명”…재원 역부족
학계 등 “증세 논의 출발점 돼야”…현금지급땐 내수 도움 지적
기초연금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칙과 신뢰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임기 첫해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현실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 화법을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한국 경제와 복지 체제 전반에 대한 갈등의 발화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약 철회의 배경으로 낮은 경제성장률과 노년층 인구의 폭발적 증가세를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 기초연금 수령 대상인 65살 이상 인구는 2013년 613만명에 머물지만, 2020년이면 800만명을 돌파하고, 2030년에는 126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년도 되지 않아 수급권자가 2배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인구 대비 노년층 비율 역시 2013년 12.2%에서 2030년 24.3%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현시점에 기초연금 제도를 후하게 설계하면 그 대가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난다”며 “오히려 현 정부의 부담보다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 계층에 최고 1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2012년 지급총액은 3조972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금의 기준대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데 향후 5년간 1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 대통령 약속대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면 2017년까지 60조원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안대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34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기획재정부가 올 상반기에 밝혔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공약가계부는 인수위 방안을 상정해 5년간 17조원의 추가 재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다. 기초연금을 전면 도입하는 경우 2020년 한 해에만 26조4000억원, 2040년 161조3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여당 쪽에 맞서는 주장도 만만찮다. 먼저 정부와 새누리당의 설명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 화법 안에서만 논리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2% 수준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인 24.6%(2010년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만 조세부담률을 높이면 매해 60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정부안은 그 자체로만 보면 옳은 말이지만, 조세부담률을 높여 복지국가의 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핵심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논란을 계기로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빈곤층 비율이 높은 노년층에 현금이 지원될 경우 거의 대부분이 소비돼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해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도 복지 체제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정치적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박 대통령이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운 것은 국민들에게 사과할 문제가 분명하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노년층 빈곤 문제라는 생존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정치적 대결을 피하고 해법 도출을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달체계 미비 등으로 누수되는 복지 재원이 수없이 많다”며 “현실 가능한 연금제도를 도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그 효과가 나타날 때 증세 논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대통령의 불통정치’, 언제까지 갈까?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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