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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법원 “키코, 불공정계약 아니다”

등록 2013-09-26 19:59수정 2013-09-26 21:12

“환헤지 목적 부합한 상품”
5년 법정다툼 은행 승리로

고위험상품 적극 권유 등
일부 은행 배상 책임 인정

“은행 불법행위 합법화”
피해 기업들 거세게 반발

고위험 통화 옵션 금융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은행 쪽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불공정거래를 둘러싼 5년간의 법정 다툼이 사실상 은행 승소로 마무리돼, 피해 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이인복·박병대 대법관)는 26일 키코 관련 수출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에 대한 선고에서 “키코 상품은 환헤지에 부합한 상품이다. 은행이 이를 판매한 것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관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기업들이 내세운 ‘키코 계약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해 무효’, ‘사기나 착오로 인한 계약이므로 취소 가능’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키코 관련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어떤 계약이 불공정한지 여부는 계약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향후 외부환경 급변에 따라 일방에 큰 손실이, 상대방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해서 그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키코는 환율이 상승했을 땐 손실이 발생하지만 보유 외환에서는 이득이 발생하므로 손실만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용역의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판매이익금 등을 알려줄 의무는 없다. 은행이 거래할 때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속성상 당연하다”며 ‘은행이 수수료 및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고지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하지만 “은행이 기업 경영상황에 과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통화옵션 계약을 적극 권유하는 것은 적법성 의무를 위반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일부 키코 계약에 대해선 은행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로 남은 키코 재판들도 향후 은행 쪽의 승소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선고를 받은 208개 기업 가운데 165개 기업은 원고 패소했고, 43개 기업은 일부 승소했으나 은행 책임 비율은 10~50%에 그쳤다. 일부 재판부에서 “은행 설명만으로 제대로 된 위험성을 알기 어려웠다”며 은행 책임을 70%까지 인정하기도 했으나 항소심에서 30%로 깎이는 등 하급심 판결은 대체로 은행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돼 왔다.

키코 사태 등이 터지면서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게 불리한 구조로 상품을 설계하고 제대로 된 설명없이 판매에만 급급했던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일었고, 이는 최근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논의로 이어졌다.

피해 기업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이번 판결은 1000여개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비겁한 금감원에 이어 대법원마저 타락한 은행들의 불법 행위를 합법화시켜줬다”고 비난했다.

키코 공대위에 따르면 2010년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금액은 약 2조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키코 공대위는 “2012년 조사 당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776개사 가운데 폐업, 부도, 워크아웃 등의 피해를 당한 기업은 110개에 달했는데 이번 판결에 따라 부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모두 85만여명이 실직 또는 임금 체불 등의 위기에 몰렸다고 공대위는 주장했다.

김원철 송경화 이춘재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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