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박근혜 정부는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회사이익 가로채기) 수단으로 악용돼온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행위)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것을 경제민주화 입법 관련 최대 성과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재계의 입법 반대에 이은 새누리당의 규제완화 압력에 밀려 규제대상 재벌 계열사의 축소는 물론 이중·삼중의 새로운 예외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43개 재벌 계열사
8%만 규제대상
효율성·보안성·긴급성
3대 예외요건 추가
실제론 더 축소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 총수 있는 43개 재벌그룹에 속한 1519개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208개로 설정했다. 외견상으로는 전경련 등 재계에서 요구한 50% 이상이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장한 40%(비상장사는 30%) 이상 방안을 모두 거부한 것이어서, 공정위도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행위 유형의 하나인 ‘합리성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경우 상품·용역의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200억원 미만이면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요구한 20% 미만과 200억원 미만 기준보다는 덜 완화된 것이지만, 공정위가 애초 제시한 10% 미만, 50억원 미만에서 후퇴했다.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은 122개(43개 재벌 계열사의 8%)로 축소됐다. 공정위는 더욱이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더라도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3대 요건에 해당하면 법적용을 제외하기로 해 실제 규제대상은 더욱 줄어든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각종 예외조항을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공정위는 그동안 ‘효율성 증대’의 경우 비용절감, 판매증대, 품질개선, 기술개발 등의 효과가 명백한 경우로 국한해 설명해왔다. 또 구체적인 사례로 수직계열화된 계열사 간 부품·소재의 공급과 구매를 꼽아왔다. 하지만 시행령에서는 기획·생산·판매 과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서비스의 공급,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거래, 긴밀하고 유기적인 거래관계로 인적·물적 협업체계가 구축된 경우 등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예외조항을 대거 포함시켰다. 또 다른 예외 요건인 ‘보안성’의 경우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정보 등이 유출되어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구체적인 사례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의 개발·관리 같은 핵심정보 관련업무를 꼽아왔다. 그러나 시행령에서는 공장, 연구개발시설, 통신기반시설 등 필수시설의 구축·운영, 핵심기술의 연구·개발·보유 등의 경우와 거래과정에서 영업·판매·구매 등과 관련된 기밀 또는 고객의 개인정보 등 핵심 경영정보에 접근 가능한 경우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적용하면 기존에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사례로 꼽혀온 삼성의 에버랜드(건물관리), 현대차의 글로비스(물류), 에스케이의 씨앤씨(전산) 등도 규제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공정위 간부는 글로비스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현대차 계열사들이 효율성 측면에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공정위의 입법예고대로 하면 재벌의 기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할 수 없게 된다. 기초연금 논란에 이은 제2의 대국민 사기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포기 뜻을 확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는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8%만 규제대상
효율성·보안성·긴급성
3대 예외요건 추가
실제론 더 축소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 총수 있는 43개 재벌그룹에 속한 1519개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208개로 설정했다. 외견상으로는 전경련 등 재계에서 요구한 50% 이상이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장한 40%(비상장사는 30%) 이상 방안을 모두 거부한 것이어서, 공정위도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행위 유형의 하나인 ‘합리성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경우 상품·용역의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200억원 미만이면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요구한 20% 미만과 200억원 미만 기준보다는 덜 완화된 것이지만, 공정위가 애초 제시한 10% 미만, 50억원 미만에서 후퇴했다.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은 122개(43개 재벌 계열사의 8%)로 축소됐다. 공정위는 더욱이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더라도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3대 요건에 해당하면 법적용을 제외하기로 해 실제 규제대상은 더욱 줄어든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각종 예외조항을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공정위는 그동안 ‘효율성 증대’의 경우 비용절감, 판매증대, 품질개선, 기술개발 등의 효과가 명백한 경우로 국한해 설명해왔다. 또 구체적인 사례로 수직계열화된 계열사 간 부품·소재의 공급과 구매를 꼽아왔다. 하지만 시행령에서는 기획·생산·판매 과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서비스의 공급,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거래, 긴밀하고 유기적인 거래관계로 인적·물적 협업체계가 구축된 경우 등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예외조항을 대거 포함시켰다. 또 다른 예외 요건인 ‘보안성’의 경우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정보 등이 유출되어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구체적인 사례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의 개발·관리 같은 핵심정보 관련업무를 꼽아왔다. 그러나 시행령에서는 공장, 연구개발시설, 통신기반시설 등 필수시설의 구축·운영, 핵심기술의 연구·개발·보유 등의 경우와 거래과정에서 영업·판매·구매 등과 관련된 기밀 또는 고객의 개인정보 등 핵심 경영정보에 접근 가능한 경우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적용하면 기존에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사례로 꼽혀온 삼성의 에버랜드(건물관리), 현대차의 글로비스(물류), 에스케이의 씨앤씨(전산) 등도 규제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공정위 간부는 글로비스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현대차 계열사들이 효율성 측면에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공정위의 입법예고대로 하면 재벌의 기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할 수 없게 된다. 기초연금 논란에 이은 제2의 대국민 사기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포기 뜻을 확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는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