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편법” 43% “정경유착” 27%
“기업 규제가 늘어나고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6월 전경련 ‘한국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
“(에스케이그룹 사건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 직후)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2월 전경련 ‘에스케이그룹 사건에 대한 1심 유죄판결에 대한 논평’)
재벌 총수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는 그동안 경제민주화 관련 기업 규제 강화나 재벌 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의 과도한 반기업 정서가 기업과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요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전경련의 자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 및 경제현안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재계의 반기업 정서 관련 주장은 과장·왜곡된 것이고, 반기업 정서의 상당 부분이 기업의 불법과 부정이 자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의 보고서는 전국의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서베이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기업인과 기업의) 탈법 및 편법’(43%), ‘정경유착’(27%), ‘경제력 집중’(9%) 등 기업 내부 요인을 꼽은 답변이 79%로 압도적 다수를 이루었다. 반면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15%)이나 ‘우리 사회의 평등사상’(6%) 등 기업 외적 요인을 꼽은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최근 한화, 에스케이, 씨제이, 효성 등의 총수가 잇달아 배임,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사법처벌을 받거나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벌의 불법과 비리가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자초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가와 전문경영인에 대한 호감도가 각각 51%, 66%로 한해 전에 비해 22%포인트, 11%포인트씩 급락한 대목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업 호감도도 63%로 지난해의 68%에서 하락했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는 재계의 주장도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소개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기업가 호감도는 34%로 미국(60%), 유럽연합 평균(53%)에 비해서는 낮지만, 일본(27%)이나 중국(28%)에 비해서는 높다. 한·중·일 3국의 기업가 호감도가 공통적으로 낮은 것은 기업인들의 사회책임 의식과 윤리·준법경영 수준이 서구 선진국 기업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것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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