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이 신고리 3·4호기 제이에스(JS) 전선 케이블 화염시험 재시험 실패와 관련한 문답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른쪽은 전용갑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이다. 과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고리 3·4호기 준공 지연 파장
핵심 케이블 화염시험 통과못해
2015년 이후로 준공 미뤄질수도
밀양대책위 “공사 즉각 중단하라”
핵심 케이블 화염시험 통과못해
2015년 이후로 준공 미뤄질수도
밀양대책위 “공사 즉각 중단하라”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이 안전검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준공 시점은 일러야 2015년 말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신고리 3호기의 가동이 상당 기간 미뤄지게 됐는데도 여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운송할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 공사는 계속 강행할 방침이다. 이에 송전선로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원자로의 제어 신호를 주고받는 핵심 부품이다. 원전 사고가 일어날 때 안전계통에 제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화염시험과 냉각재 상실 사고(LOCA)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신고리 3·4호기의 제어케이블은 섭씨 815도의 화염을 20분 동안 가해서 불길이 전파되지 않는지를 살피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교체 대상은 600V 전력·제어·계장 케이블과 5㎸·15㎸ 전력 케이블이다.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예비고사 격인 화염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에 본고사(로카 시험)는 치르지도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문제가 된 케이블을 철거하고 새 케이블을 까는 데 걸리는 시일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당장 내년 여름 전력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다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 공사 시점과도 민감하게 얽혀 있는 문제인 탓이다.
우선 전력수급에 대한 전력당국의 전망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 왔다. 산업부는 내년 8월 최대 전력수요를 8033만㎾로 추정한다. 신고리 3호기(설비용량 140만㎾) 가동을 전제로 할 경우에 예비력은 667만㎾가 된다. 산업부 쪽은 여름철 계획예방정비 기간 등을 고려해 방어선인 예비력 400만㎾대를 유지하려면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에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더라도 전력다소비업체의 의무절전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전력난 우려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차이는 밀양 송전선로 건설 공사를 서두르려는 정부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야당·시민단체 쪽의 간극을 넓히는 배경이 돼왔다.
신고리 3·4호기는 세계 어느 곳에도 가동 전례가 없는 모델이다. 기기검증을 통과한 케이블 업체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케이블 교체 작업이 장기간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르면 2015년 말에 준공될 수 있지만 그 이후로 더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구매선 파악과 제작, 검증 작업, 재설치와 시운전 등을 거치려면 최소한 1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 일부에선 혹여 정부가 안전성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케이블 교체작업을 서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신고리 3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레퍼런스 플랜트(참조용 발전소)라서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벌금)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한국전력공사가 공사 강행 방침을 밝힐 때부터 대책위는 부품 성능 테스트를 할 동안 공사를 강행하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통해 송전탑 문제의 대안을 찾자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한전은 대책위 제안을 무시하고 대규모 공권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해 밀양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이달 1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재개한 이후 처음으로 16일 트럭을 이용해 건설자재를 공사현장에 수송했고, 경찰은 600여명을 동원해 트럭을 호위했다. 이 과정에서 물자 수송을 막으려는 주민과 한전 트럭을 보호하려는 경찰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마찰이 계속됐다.
황보연 기자, 밀양 부산/최상원 김광수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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