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하기 위해
㈜동양 등 부실계열사에 순환출자
자금난 이후 3개서 17개로 확 늘어
순환출자 고리 수 14개 그룹의 2배
타 계열사·투자자로 부실피해 확산
노대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촉구”
㈜동양 등 부실계열사에 순환출자
자금난 이후 3개서 17개로 확 늘어
순환출자 고리 수 14개 그룹의 2배
타 계열사·투자자로 부실피해 확산
노대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촉구”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순환출자를 활용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다른 계열사와 투자자들에게 부실 피해가 더욱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워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재계는 규제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6일 공정위의 재벌 주식소유현황 정보를 보면 올해 4월 현재 동양그룹은 1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30대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14개 그룹의 평균치인 8.9개에 비해 2배 수준이다. 또 동양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중 14개(82%)는 경영난이 가중된 2008년 이후 새로 형성된 것이어서, 총수일가가 경영난 속에서도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고, 부실 지원사를 지원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악용했음을 보여준다. 순환출자는 한 그룹 안에서 ㄱ기업이 ㄴ기업에, ㄴ기업이 ㄷ기업에, ㄷ기업은 ㄱ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동양이 2011년 3월에 실시한 유상증자에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참여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동양은 2010년 말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2011년 3월 긴급히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대주주인 현재현 회장 등 총수일가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1605억원을 들여 실권주를 인수했다. 이에따라 종전까지는 ㈜동양의 주식이 전혀 없던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갑자기 25.1%의 지분을 가진 제2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이로 인해 자금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100% 지분을 갖고 있던 동양증권으로부터 같은 해 8월 500억원의 추가출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부실 계열사인 ㈜동양을 살리기 위해 총수일가 대신 동양파이낸셜대부와 동양증권이 지원부담을 떠안으면서, 현재현 회장→㈜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동양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난 것이다.
순환출자를 활용한 계열사 지원으로 겨우 명백을 유지한 ㈜동양은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2조원 이상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동양증권을 통해 팔다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4만9천여명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기업어음과 회사채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동양 등 재벌그룹의 탈법·위법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재벌이 순환출자를 활용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폐해를 시급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정기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중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물론 일부 여당의원까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만으로는 규제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기존 순환출자까지 함께 규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김기식, 김영주 의원 등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의무까지 부과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포럼의 남경필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각각 내놓았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순환출자를 규제할 경우 기업의 건전한 투자가 제한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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