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일부 책임 통감”
동양그룹 5개사 법정관리 개시
동양그룹 5개사 법정관리 개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9월 베트남 방문 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동행시켜 투자자들이 회사의 공신력을 오인하게 만들었다. 경영진의 부실·방만 경영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오비이락이다. 당시 (현 회장이) 전경련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자격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이 정·관계, 법조계 출신 유력 인사들을 계열사에 무더기로 영입해 로비 통로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은 “전·현 정권 측근 인사들과 금융감독 당국, 법조계 출신 인사 등 동양그룹 9개 계열사에서 확인된 사람만 41명”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은 “올해 2월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는데도 계열사인 동양파워가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추궁도 빗발쳤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2009년 이후 금융감독원이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부문·종합 검사를 했는데도 동양그룹은 지속적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수차례에 걸친 검사와 제재에도 동양그룹 계열사의 폭탄 돌리기가 계속된 것은 금융당국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증언대로 불러 “고교 동창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왜 찾아갔는가. 구명운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추궁했다.
신 위원장은 일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동양 사태의 주요 책임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구조조정 실패로 돌려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여야의 거듭되는 책임 추궁에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완벽한 것은 없다. 아쉬움이 있다”는 말로 넘기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김재경 의원이 “동양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하자 “동양 사태뿐 아니라 엘지(LG)카드, 저축은행, 엘아이지(LIG) 사태 등을 보면 공통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온 현재현 회장은 “투자자들께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사기성 기업어음 판매 의혹 등을 두고선 “현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동양증권에서 거액의 금괴를 찾아갔다는 의혹에 대해 “금고에서 찾은 물품은 결혼 때 한복에 걸치는 노리개, 비녀, 마고자 단추, 애들 돌반지 등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동양에는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동양레저에는 최정호 전 하나대투증권 전무, 동양인터내셔널에는 조인철 전 에스시(SC)제일은행 상무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동양네트웍스에는 내부 인사인 김형겸 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김철·현승담 대표이사는 배제됐다. 동양시멘트는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아 김종오 현 대표이사가 법정관리인 구실을 맡게 됐다.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은 다음달 22일까지 채권을 신고받고 내년 1월10일 첫 관계인집회를 열기로 했다.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는 내년 1월9일 관계인집회를 열 예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감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어 현 경영진이 일부 포함된 법정관리인 선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홍대선 이경미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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