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송금액의 36% 달해
국세청이 지정하고 있는 조세회피처 50개국에 2007년부터 지난 9월까지 대기업이 송금한 금액이 360조360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송금액 998조원의 36%에 달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홍종학 의원(민주당)이 국세청 제출 자료를 토대로 조세회피처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송금액이 360조3609억원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고, 금융기관·공기업·정부 등이 329조6511억원(33%), 중소기업은 129조1858억원(18%)이었다.
연도별 송금액 추이를 보면 지난 6년 동안 조세회피처 송금액은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97조6260억원이던 조세회피처 송금액은 2012년 197조3970억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송금된 금액도 148조6793억원에 이르러,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들의 조세회피처 송금액이 크게 늘었다. 대기업들은 2007년 24조7621억원을 조세회피처에 송금했는데, 2012년에는 99조2337억원으로 6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들은 26조4430억원에서 10조625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송금액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투자금액’으로 분류한 규모는 18조264억원(2007~2012년)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송금액 850조450억원의 2.1% 수준이다. 수출입 교역이 많은 탓에 조세회피처를 경유하는 무역 대금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송금액 중 상당액은 역외탈세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조세회피처 50개국 가운데 송금액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국을 보면, 라이베리아·룩셈부르크 등 교역량이 많지 않은 나라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그러나 국내 법인의 조세회피처 송금액은 당사자 신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탓에, 과세 당국이 송금액의 실제 용도와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11년 법인세 신고 내용 가운데 내국인 또는 그 자회사가 사실상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법인이 조세회피처에서 올린 유보소득 가운데 법인 신고분은 2197억원에 불과했다.
홍종학 의원은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국외로 국부가 유출되고 세금이 탈루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과세시효를 없애는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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