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하 시간대 원가대비 64.6%
현대제철·포스코·삼성전자 순
취약계층 할인은 7300억 불과
현대제철·포스코·삼성전자 순
취약계층 할인은 7300억 불과
지난 10년간 국내 100대 기업이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덕분에 원가보다 덜 낸 요금이 무려 9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지원된 할인액은 7300억원에 그쳤다.
24일 추미애 의원(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의 산업용 전기요금 납부 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2011년 기준)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게 책정된 덕에 원가보다 덜 낸 요금이 9조4300억원에 이른다. 계약전력 300㎾ 이상에 적용되는 산업용 을종 요금에 따른 절감액이 9조1805억원이고, 300㎾ 미만에 적용되는 산업용 갑종에서 2529억원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크시간대 등에서 일부 원가보다 높은 수준의 요금을 납부한 것까지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100대 기업이 아낀 전기요금 혜택은 7조4436억원에 이른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제철이 1조732억원으로 절감 폭이 가장 컸고, 포스코 1조431억원, 삼성전자 1조165억원, 엘지(LG)디스플레이 6176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 5234억원, 고려아연 3565억원, 엘지화학 3266억원, 한화케미칼 3077억원, 동국제강 2891억원, 지에스(GS)칼텍스 2788억원 순이었다. 1000억원 이상 전기요금을 할인받은 기업은 22곳이고, 금액은 7조6000억원이다. 이는 100대 기업 전체 절감액 9조4300억원 가운데 81%를 차지한다.
원가를 크게 밑도는 전기요금으로 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은 과거 전력당국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싼 요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제조원가 가운데 전기요금 비중은 1995년 1.94%에서 2011년 1.17%로 줄었다.
특히 대기업이 많이 쓰는 산업용 을종 전력의 경부하 시간대(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전기요금은 원가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조사에서도 100대 기업이 낸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 수준은 원가 대비 평균 64.6%에 그쳤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금이 더 비싼 최대 부하 시간대(오전 11~12시, 오후 1~5시) 사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사정에 견줘볼 때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산업계 전체에서 산업용 을종 전력의 판매 손실액(기업들이 혜택을 입은 절감액)을 따져봐도, 원가를 밑도는 손실액 14조5379억원 가운데 100대 기업의 비중이 49.1%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2004년부터 2013년 6월까지 10년간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혜택을 준 전기요금 할인액은 7300억원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100대 기업이 아낀 요금 혜택의 8% 수준이다. 내역별로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에 2275억원, 장애인 4870억원, 상이군경유공자 89억원, 독립유공자 34억원 등이었다. 2008년 7월부터 시작된 차상위계층에 대한 요금 할인은 지난 5년간 33억원이었다.
추미애 의원은 “경제규모 10위권이 된 현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기업의 경쟁력 요인으로 삼으려는 발상은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견줘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은 만큼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