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경제부처-사장단 간담회
경제활성화 쉽지않다 판단한듯
일부 기업 “목표 달성 어렵다”
그룹 사장단, 규제 개선 등 건의
경제활성화 쉽지않다 판단한듯
일부 기업 “목표 달성 어렵다”
그룹 사장단, 규제 개선 등 건의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투자·고용 부진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박근혜 정부가 30대 그룹에 올해 투자 및 고용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나섰다.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재계에도 투자·고용 약속 이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는 29일 산업자원부·기획재정부·환경부·노동부·국토부·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경제부처 합동으로 삼성, 현대차 등 30대그룹 사장단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투자·고용 간담회를 가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삿말에서 “올해 30대그룹이 계획한 155조원의 투자와 14만명의 고용계획이 100% 이행될 수 있도록, 남은 4분기 동안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당부한다”고 독려했다.
박근혜 정부가 범 경제부처 합동으로 30대그룹과 투자고용 간담회를 갖기는 처음이다. 이 날 간담회는 지난주 산업부의 요청으로 갑자기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계의 간담회는 통상 몇주 전부터 준비하는 게 관행이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의 지시로 간담회가 급히 추진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주요 그룹들의 투자·고용 실적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말을 앞두고 재벌의 투자·고용 목표 이행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투자·고용 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상반기에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다소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활성화하고는 아직 거리가 멀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지난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0% 감소한데 이어 7월에도 8.3%가 줄었다. 8월에는 4.6% 증가세로 반전했지만 운송장비의 급증 때문이고 정작 기계류는 4.5% 줄었다.
전국경제연합회는 이에 대해 일부 그룹은 목표 초과달성이 기대될 정도로 30대 그룹 전반적으로 투자·고용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위그룹을 제외한 중하위그룹 중 일부는 올해 투자·고용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그룹의 임원은 “소수 최상위 그룹과 달리 주력업종이 어려운 중하위 그룹들 중에서는 투자· 고용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하소연도 나왔다”고 전했다. 전경련의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이에 대해 “일부 그룹의 투자가 미진한 것은 4분기에 투자가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위그룹이 목표를 달성해도 경제 전체의 투자고용이 부진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살리기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30대그룹의 투자에는 해외도 포함돼 있어 투자 확대가 국내 경제의 활성화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대그룹 사장들은 이 날 간담회에서 세제, 금융, 토동, 환경 관련 규제 등 각종 투자·고용 애로사항들의 개선을 건의했다. 배상근 본부장은 “화학물질 등록법 및 평가법의 완화, 통상임금 범위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련법의 단계적 추진, 경제민주화 입법의 자제, 각종 세액공제제도 유지 등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