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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수명연장이 싸다” 국민 담보로 ‘원전 모험’

등록 2013-10-29 20:22수정 2013-11-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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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0년뒤 매년 1~2기씩 ‘수명 종료’

한수원 국감서도 시끌
“2027년까지 전력계획
수명끝나는 원전 8기
폐지부분 공란 비워둬”
연장 안되면 641만㎾ 부족
2012년 11월20일. 경북 경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가동이 멈춰진 날이다. 애초의 설계 수명 30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한 원전은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쳐 ‘계속 운전’하거나 ‘영구 정지’ 조처를 받게 된다. 가동 정지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경제성을 근거로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전력당국과 안전을 중시하는 환경단체·인근 지역 주민들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우선 산업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면서 노후 원전의 폐지 계획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완주 의원(민주당)은 “국민적 합의도 없이 수명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년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차 계획인 2004년까지는 월성 1호기의 폐지 계획이 포함됐지만, 2006년 수립된 3차 계획부터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폐지 계획 부분이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올해 나온 6차 계획이 반영되는 2027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모두 8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국내 첫 가동된 원전으로 이미 수명이 끝났지만 10년간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고리 1호기도 포함된다. 만일 노후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애초 정부가 수립한 전력수급 계획에서 641만㎾가량(2027년 기준)이 부족해진다.

산업부는 “일률적으로 재가동이 안 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다른 발전 설비를 반영하면 재가동 승인 때 과잉설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폐지 계획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명 연장에 좀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조석 한수원 사장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를 추궁하는 질의에 “상당부분 투자가 돼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해, 계속운전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 쪽은 원전 1기를 지으려면 3조원의 건설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다른 발전원(석탄·LNG 등)에 견줘 판매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노후 부품을 교체해서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원전 사후처리 비용을 종전보다 높게 잡더라도 원자력의 판매단가가 ㎾h당 46원으로, 유연탄(69.8원)의 65.9%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위해 지난 몇 년간 7000억원가량을 들여 압력관 등을 교체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후 원전의 경제성은 이와 다른 차원에서 꼼꼼히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발생 위험, 노후화로 인한 고장에 따른 추가 비용 등 잠재적 위험 비용이 간과됐다는 점에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수명이 오래된 순서와 폭발 사고 순서가 일치한다. 세계 3대 원전 사고의 1기당 평균 피해 규모는 58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고리 1호기의 설계 수명이 끝난 2007년 이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만 1025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원전 1기당 해체비용(9861억원·한국 기준은 6033억원)을 전제로, 2024년까지 34기로 늘어날 국내 원전의 건설 비용과 사후처리 비용을 모두 계산해보면 19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나왔다. 더 이상 원전을 ‘값싼 에너지’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평균수명이 9년인 서울 시내버스는 계속 정비하면 더 쓸 수 있지만 만일에 대비해 교체하는데, 훨씬 위험성이 큰 노후 원전은 재활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앞으로 가동될 원전의 설계 수명이 설비 부품마다 다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제남 의원은 “설계 수명이 60년으로 알려진 신고리 3·4호기의 경우에 터빈설비와 보조기기 등 일부 부품은 수명이 40년이어서 해당 원전의 설계 수명은 40년으로 낮추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원전 가동 이후에는 사실상 교체가 불가능한 포스트텐셔닝 시스템(인장 강도를 높이는 콘크리트 공법) 등의 설계 수명이 40년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후 계속 가동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연연해하는 대신 앞으로 커질 원전 해체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홍일표 의원(새누리당)은 “2050년이 되면 세계 원자력 해체 시장 규모가 100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 등 소규모 저방사능 해체기술만 확보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전세계적으로 운영중인 원전 437기 가운데 영구 정지 판정을 받아 해체를 앞두고 있는 원전은 모두 135기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문제는 밀양 송전선로 공사 갈등과도 관련이 깊어 추이가 주목된다. 765㎸ 송전선로 건설은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전제로 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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