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지는 SOC 수요예측]
2007년 처벌근거 마련됐지만
중과실 입증해야해 유명무실
2007년 처벌근거 마련됐지만
중과실 입증해야해 유명무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차량 등이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이용할 것인지를 뜻하는 수요예측의 부풀리기는 수십년째 계속되는 문제다. 수요가 낮으면 착수도 하지 않았을 시설이 지어지거나, 부풀려진 수요에 맞춰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지어진 시설은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 하지만 많게는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축내는 수요예측의 실패에 법적 책임을 진 사례는 아직 단 한건도 없다. 처벌 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이다.
그나마 2007년에 처벌 근거가 처음 마련됐다. 당시 과다 수요예측 논란이 커지자 건설기술관리법이 개정된다. 이에 따라 건설기술자가 타당성 조사를 할때 수요예측을 부실하게 수행해 발주청에 손해를 끼치면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란 단서가 붙었다. 의사의 시술철럼 고도의 전문적인 교통전문가의 수요예측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만큼 처벌은 어려웠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우면산 터널의 수요예측를 부실하게 수행해 5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붓게 만든 시 산하 서울연구원 원장과 당시 연구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법률 자문을 받았으나,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29일 강희용 서울시의원이 <한겨레>에 제공한 서울중앙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케이씨엘(KCL)의 당시 검토의견서는 “고의로 소홀하게 한 것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래도 부풀려진 수요예측으로 인한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보전액이 점증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7월 건설기술관리법이 다시 고쳐졌다. 개정 조항은 “예측한 수요와 실제 이용 수준의 차이가 30% 이상인 경우” 발주처가 용역기관의 고의성과 중과실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 법 개정에 견줘 ‘부실한 수요예측’의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개통된 185개의 지방국도의 실제 이용률이 수요예측치의 47%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할 때 조사 대상은 폭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탓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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