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단독] 신규 발전소 3곳 송전탑 258개, 백두대간 157만평 훼손 우려

등록 2013-10-31 07:57수정 2013-10-31 16:05

동양은 삼척, 삼성·동부 강릉에
2기씩 지어 수도권 전력수송키로
‘발전소~변전소’ 송전선로 구축땐
대규모 산림 파괴 불가피
소백산국립공원 경유 구간도 있어
주민 반대땐 ‘제2 밀양’ 재연 우려
“훼손 현실화땐 무산 가능성” 지적도
정부가 수립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의 송전망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516만㎡(약 157만평) 규모의 백두대간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사정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개 민간 발전사의 송전탑 건설을 위해서는 이러한 백두대간 훼손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쪽 해안선을 끼고 태백산을 거쳐 남서쪽의 지리산에 이르는 국토의 큰 산맥 줄기를 말한다.

산업부가 지난 2월 발표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삼성물산, 동양파워, 동부하슬라파워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의향이 반영됐다. 동양파워는 강원도 삼척에, 삼성물산과 동부하슬라는 강릉에 각 2기씩의 발전 설비를 짓기로 했다. 1기당 설비용량은 100만㎾씩이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19~2021년에 걸쳐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345㎸ 이상의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 확충 계획이 백두대간의 산림을 훼손할 우려가 짙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삼척에 발전소를 지을 동양파워는 신태백변전소까지 40㎞ 구간에 345㎸ 송전선로를 건설하면서 백두대간을 통과해야 한다. 삼성물산의 해당 선로는 강릉에서 강원개폐소(신평창변전소)까지 직선거리 63㎞ 구간에서 용평스키장 인근의 백두대간을 지나가야 한다. 강릉의 동부하슬라 역시 신영주변전소까지 115㎞ 구간에 송전선로를 깔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에 소백산국립공원까지 경유해야 한다.

이들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력은 수도권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송전선로가 지나는 경과지 선정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분석은 신규 발전소 부지와 변전소의 위치를 고려해 추정한 것이다. 345㎸ 송전탑의 건설 부지는 한곳당 200㎡로 잡았다. 이를 신규 발전설비 계획에 대입하면 백두대간 30㎞ 구간(백두대간의 평균 폭)에 발전소마다 86개씩 총 258개의 송전탑이 들어서야 한다. 이 경우 5만1600㎡의 송전탑 부지가 필요하다. 여기에 산악지형에 설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 경사면 설치로 인해 부지 면적이 평균 2.5배 늘어난다. 게다가 평지에서 접근하기 위한 작업로 등을 합하면 부지 면적의 50배 이상이 필요해, 산림훼손 면적이 최소한 516만㎡라는 계산이 나온다. 박 의원은 “고속도로(송전선로)는 정비하지 않고 톨게이트(변전소)만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꼴이다. 인프라(기반시설)가 구축되지 않은 곳에 발전소를 집중하다 보니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게 예상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엔 밀양 송전선로 건설 공사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갈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발전소 입지를 중심으로 송전망 계획을 수립해온 종전 방식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미 백두대간 산림훼손 문제는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신태백변전소를 거쳐 신가평으로 가는 기존 765㎸ 송전선로 공사에서 제기된 바 있으며, 최근 신울진 원전 건설에 따른 추가 송전선로(신울진→신경기)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고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동부하슬라 발전소는 계통상 제약 여건이 있다는 점이 감안돼 전기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건부로 승인을 내준 상황이다. 동양파워와 삼성물산 쪽의 경우도 아직 경과지가 정해진 것은 없으며 자연 훼손 우려가 있다면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망 건설 계획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정부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번 발전소 건설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지중화 여건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두대간 훼손 등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닥칠 수 있어 송전망 계획 추진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장거리 대량수송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필연적으로 백두대간을 넘는 송전탑 건설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대규모 산림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수도권에 필요한 전력은 분산형 전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