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부실 계열사인 한진해운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자신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며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개혁연대에 의해 제기됐다. 앞서 오리온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형제 그룹인 동양이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항공이 지난 30일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빌려주기로 결정한 것을 철회하라고 31일 촉구했다. 대한항공의 지원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대한항공 자신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있고, 부채비율이 6월말 현재 900%에 육박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동안 연결기준으로 66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자금 대여의 담보물인 한진해운홀딩스 주식(1920만주)의 가치가 1500억원(10월30일 종가기준)으로, 자금대여액과 동일해 향후 한진해운의 주식가치가 하락할 경우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금융기관이 제공받는 담보의 가치는 대여금의 130% 이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회사의 경영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한 상법을 위반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면 이사회 결의에 참여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경고다. 대항항공 이사회 멤버는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 3명과 지창훈 총괄사장 등 13명이다. 이 중 사외이사는 이희범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7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대한항공의 제3대 주주(지분 5.1%)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자금 대여를 철회하도록 요청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해운업계 불황에 따른 한진해운의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주채권 은행을 포함한 3자 협의를 통해 자금 지원을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의 대주주로서, 한진해운을 살리는 게 주주들을 위한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주가는 이날 자금 지원에 대한 우려로 전날보다 11.33%나 급락한 3만4050원을 기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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