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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 전기요금 인상 반대는 잘못”…재벌 회장 맞아?

등록 2013-11-19 20:48수정 2013-11-20 11:55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파격 행보’ 눈길
“회원사의 의견만 좇아 반대하는 것은 나라 망치는 일” 강조
기업인 비리에 “기업과 기업인 구분해서 대응해야” 선 그어
기업에 비판적인 곳 찾아가 소통…“경제민주화 시대적 과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계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을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지난 9월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경제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대한상의 대신 전경련이 주관한 것도 그 때문이래.” 최근 경제단체 직원들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오는 21일 취임 3개월을 맞는 박용만(58)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단체 역할=기업 이익 대변’이라는 공식을 깨는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확대 계획을 내놓는 등 경제단체 역할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시점에서, 박 회장이 몰고온 새바람이 경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 회장은 국가경제를 고려하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기 힘들다는 소신을 펴왔다. 한국은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인데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장 싸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박종갑 상무도 19일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국가경제 차원에서 에너지 가격 구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임직원들에게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해서 대응하라고 강조한다. 기업인들이 잘못했는데도 무조건 편들지 말고, 전체 국민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주문이다. 지난 9월 말 에스케이(SK)그룹의 최태원 회장 형제가 배임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대한상의는 유감의 뜻이 담긴 논평(내지 코멘트)을 내려다가 그만뒀다. 재벌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은 21명의 회장단 중 절반 가까이가 각종 불법 행위와 경영 실패로 인해 사실상 유고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경련은 지금껏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박 회장은 이를 안타까워한다. 박 회장은 사석에서 “(나 같으면)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가 정부의 재벌정책에 반대로 일관해온 전경련과 지금껏 같은 목소리를 내온 것에도 부정적이다. 대한상의 회원사의 97%는 중소기업이다. 재벌의 경제력 우위를 남용한 각종 불공정행위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사업영역 침범으로부터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는 대다수 회원사의 이익에 반한다. 박 회장은 지난 8월 말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역할에 대한 생각에서도 전임 회장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임 회장들은 기업 이익 대변을 앞세웠다. 하지만 박 회장은 그것은 대한상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대한상의 근거법인 ‘상공회의소법’은 설립 목적을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박 회장은 “단지 회원사의 의견만 좇아 반대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정부가 경제계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경제계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경제5단체가 입장을 발표하면, 정부가 대책회의를 하는 대신 ‘저 사람들 왜 또 저러느냐’는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회장은 취임 인사도 파격적이었다. 기업에 우호적인 곳만 찾지 않고, 비판적인 곳도 두루 방문했다. 정치권의 경우,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 심지어 기업에 가장 비판적인 소수 야당도 찾았다. 박 회장은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와 만난 뒤에는 “(심 대표는) 투사가 아니라 정치가다. 얘기가 통할 사람이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대한상의 주도로 경제5단체와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정책간담회를 한 것도 박 회장의 소통과 대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직원 관계에서도 딱딱한 격식을 깨고 있다. ‘타운홀미팅’처럼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밝혔다. 또 시급한 보고는 휴대전화 문자로 대신하라며 간부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줬다. 두산그룹 3세인 박 회장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수시로 트위터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박 회장의 파격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젠 빠르게 적응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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