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결여·주민 반발 부딪혀
공급량 14만가구로 줄여
공급량 14만가구로 줄여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주거 공약이었던 ‘행복주택’ 사업이 1년도 채 안 돼 대폭 변경된다. 애초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공약 파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에 따르면, 2017년까지 철도부지·유수지 등 국공유지를 이용해 연간 20만가구의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던 애초 행복주택 계획이 대폭 후퇴한다. 공급 물량을 14만가구로 30% 정도 줄이고, 부지도 공공택지의 유휴지, 도시재생용지 등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애초 설명한 철도부지 등 자투리땅에는 3만8000가구만 짓기로 했다. 물량 공급을 위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도시주거지 재생과 산업단지 개선 사업, 뉴타운 해제지역 매입 등을 통해 행복주택 3만6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뉴타운 해제지역의 이반된 민심을 돌리고, 도시 노후주택을 재생하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정부는 또 산업단지와 인근 주거지대인 미니복합타운에도 행복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수요조사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결정할 예정이며, 지자체가 공급 방식을 제안하는 경우 주거환경개선사업·도시재생사업 등 선정에서 가점을 주는 등 지원을 강화한다.
이런 정책 변화는 곳곳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목동·잠실·송파·공릉·안산 등 5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삼았지만, 지자체의 비협조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지구 지정도 미뤄지고 있었다. 국토부는 5개 시범지구에 대한 지구지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목동·안산 등 지역은 주민 반대가 극심해, 지구지정 뒤에도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학군, 교통 등 지역주민들 요구사항은 지구지정이 되면 지구계획 될 때까지 합리적인 요구사항 반영을 해서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 추진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실성 없는 공약이 결국은 좌초되고 만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철도부지 등을 주택용지로 활용할 때 용지조성비로만 거액이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이미 검토 후 폐기한 바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경민 교수(도시계획)는 “철도부지에 인공대지를 조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난도 공사로 현실성이 없었다”며 “뉴타운 해제 지역에서 소규모 건물별 재생사업이 이뤄진다면 이는 환영할 만한 변화겠지만 넓은 부지를 사들여 또다시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면, 이는 또다시 원주민 이주와 대규모 공사, 주택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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