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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프리즘] 통계 끼워맞춰 파업때리기

등록 2005-09-02 18:16수정 2005-09-03 14:49

“노조 파업으로 지난달보다 23%나 수출 감소” “가파른 임금인상에 생산성은 제자리걸음 ….”

자동차업계가 최근 부분 파업에 돌입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연일 언론에 배포하고 있는 자료의 일부분이다. 상당수 내용은 실제로 몇몇 언론에 그대로 기사화됐다. 얼핏 보면 파업으로 당장 수출이 급감하고, 노조는 일 제대로 안 하면서 임금만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처럼 비친다. 표현 방식도 선정적이지만, 여론몰이에 급급해서인지 통계 자료를 각색하거나 엉뚱하게 비교한 대목도 더러 있다.

예컨대, 기아차는 지난 1일 ‘자동차 수출 빨간불’이란 제목의 자료에서 “노조 파업으로 현대·기아차의 8월 수출물량이 전월 대비 각각 11%, 23%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선 생산 증감을 지난해 같은 기간이 아닌 전달과 비교해 앞세우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동차 생산실적은 계절적 수요에다 신차 효과가 많이 작용하는 탓에 전년 동기와 견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한 자동차업체 임원은 “특히 휴가기간이 끼어 있는 8월의 생산실적을 7월과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기아차 관계자의 해명은 이렇다. “파업을 강행한 노조 집행부에 타협할 명분도 주고 …, 하여튼 여러 효과를 염두에 뒀다.”

그렇다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8월 생산실적은 어땠을까. 기아차의 경우 수출은 37%, 내수는 3.8% 증가했다. 현대차도 8월 수출이 10%나 줄었다고 주장했으나, 전년 동기에 견주면 수출 3.6%, 내수는 7.6% 늘었다.

최근 4년간 임금인상률과 1인당 생산성 향상률을 비교한 것도 자의적이다. 1인당 생산대수는 설비투자나 공장 자동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갑작스럽게 늘어날 수 없는 것인데도 기아차는 자기 회사 생산직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4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비꼰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회사”라며 ‘누워서 침뱉기’식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근과 잔업 등 연장 근로수당까지 포함시켜 생산직 평균 임금인양 부풀리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그간 노동쟁의 사업장에서 ‘고임금 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해 숱하게 써먹던 방법이다. 노조의 파업 방식도 변해야겠지만, 회사쪽의 얄팍한 여론몰이로는 파업 불씨를 끄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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