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야 한발씩 물러나 ‘윈윈’ 실리
새누리, 경제민주화 논란 희석
부실기업 구조조정 가속 효과
민주당 ‘기존출자 규제’ 양보
‘신규출자 입법 무산’ 막아
여야 한발씩 물러나 ‘윈윈’ 실리
새누리, 경제민주화 논란 희석
부실기업 구조조정 가속 효과
민주당 ‘기존출자 규제’ 양보
‘신규출자 입법 무산’ 막아
국회 정무위원회가 23일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해 연내 입법화가 이뤄지게 된 것은 여야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양보를 통해 좀더 큰 실리를 얻는 ‘윈윈’의 결과로 평가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순환출자가 부실 계열사 지원에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경제민주화 후퇴·실종 논란도 다소나마 희석시킬 수 있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민주당의 김기식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 규제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법안처리가 지연되면 신규 순환출자가 계속 늘어날 위험성이 높고, 예외인정 범위도 최소화했다”고 야당의 긍정적인 평가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조처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예로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사의 기업어음(790억원어치)을 출자전환하도록 한 뒤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매각하도록 하는 ‘순환출자를 이용한 구조조정안’을 추진했으나 법개정이 이뤄지면 불가능해진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다고 해서, 재벌의 지배구조가 당장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 순환출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들이 순환출자에 의존한 기존 지배구조 대신 새로운 지배구조를 모색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재벌의 순환출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아 법제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올해 4월 기준 순환출자가 있는 재벌은 삼성, 현대차 등 14개이고, 이들이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지분율 1% 이상)는 124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벌들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체하거나, 아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규 순환출자뿐만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를 강화하는 것이 동시에 금지됐기 때문이다. 김진방 교수(인하대)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요건들이 계속 완화됐기 때문에, 재벌들이 순환출자 구조 대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환출자 규제는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한국 재벌들의 경영승계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버지 세대에 비해 계열사 지분이 적은 재벌 3세들이 계열사간 신규 순환출자를 이용해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됨으로써, 자력으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따라가 투자 위축과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2008년 이후 형성된 순환출자 69건의 원인이 된 출자 20건 중 구주취득이 16건이고, 나머지 4건의 신주취득도 투자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구주취득은 단순히 주주구성이 바뀌는 것으로 투자와는 무관하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론도 재벌의 내부지분율이 55%에 이르는데다, 외국인의 지분 취득이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실현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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