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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장학퀴즈…악기은행…자매마을 지원…
‘오래된 미래’ 일구는 장수 사회공헌사업

등록 2013-12-24 17:16

씨제이그룹의 공부방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인 ‘문화창의학교’에 참여중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 저동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쌍림동 씨제이제일제당센터 백설요리원에서 열린 요리부문 축제경연에서 ‘멘토’인 백석예술대 제과제빵학과 김마리 학생과 함께 빵 등을 만들어 맛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씨제이그룹의 공부방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인 ‘문화창의학교’에 참여중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 저동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쌍림동 씨제이제일제당센터 백설요리원에서 열린 요리부문 축제경연에서 ‘멘토’인 백석예술대 제과제빵학과 김마리 학생과 함께 빵 등을 만들어 맛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기업특집] 나눔경영
김마리(21)씨는 백석대학교 제과제빵학과 2학년생이다. 그는 지난여름 씨제이(CJ)그룹의 공부방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인 ‘문화창의학교’에서 중학생 후배들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너무 기뻤기 때문이다. “마치 몇년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김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중·고등학교 내내 학원 대신 동네 공부방을 이용했다. 이런 인연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씨제이의 ‘꿈키움캠프’에 참여했다. 캠프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을 통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씨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파티 플래너 같은 요리사가 되는 게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경제적 이유로 교사직을 권했다. 그는 전문 요리사와 요리 전공 대학생 등 멘토들과의 만남을 통해 용기를 얻었고, 결국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교 때 ‘꿈키움캠프’ 참여했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 된 김마리씨
문화창의학교서 중학생에 멘토링
“제가 사회 도움으로 꿈 찾았듯
후배들 돕는 게 보람있어요”

생색내기·홍보차원 접근 ‘금물’
재단설립 등 안정적인 기반 확보
기업·비영리기구 파트너십 중요
“사회문제는 단기에 해결될 수 없어”

‘사회공헌 선순환’ 이뤄지고 있지만
장수 기업 사회공헌사업 더 늘어야
평균 지속기간은 10.7년
20년 이상 된 프로그램은 17개 그쳐

김씨는 문화창의학교에서 중학생들의 요리분야 멘토다. 학교는 요리·연극·영화 분야 등에서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준다. “제가 사회의 도움으로 꿈을 찾은 것처럼, 어려운 처지의 후배들을 직접 돕는 게 너무 보람있어요.” 김씨가 멘토링을 해준 학생들은 지난 21일 경연대회를 열어 그동안 배운 요리 실력을 뽐냈다. 김씨는 남은 대학시절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재능을 살린 자원봉사(재능기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제가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갚아야죠. 문화창의학교 후배들에게도 재능기부를 권했어요.”

김씨가 자신의 꿈을 키우고, 다시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덕분이다. 씨제이는 2005년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나눔터인 ‘도너스캠프’를 만들었다. 씨제이나눔재단의 곽대석 사무국장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근본원인이 되는 교육의 격차를, 기업과 지역사회가 손잡고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꿈키움캠프와 문화창의학교도 모두 도너스캠프가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공헌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나아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지속성’은 기업 사회공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한때 생색내기로 반짝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프로그램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최소 5년 이상, 최장 수십년 동안 장수하며 모범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로 41년째인 에스케이(SK)의 ‘장학퀴즈’, 31년 된 롯데의 ‘기초과학장학사업’, 21년 된 금호아시아나의 ‘음악영재 발굴 및 악기은행’은 인재 양성 분야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011년 5명의 한국인이 동반 입상했다. 이들 중 4명은 금호의 지원을 받은 젊은이였다. 환경분야에서는 지에스(GS)의 ‘환경미술 및 글짓기대회’(20년), 엘지(LG)의 ‘철새보호’(16년)가 꼽힌다. 복지분야에서는 삼성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분양 지원’(21년), 케이티(KT)의 ‘청각장애 어린이 지원’(11년), 한화의 ‘점자달력 배포’(10년) 등이 있다. 포스코의 ‘자매마을 지원’(25년), 현대중공업의 ‘예술회관 건립’(23년), 현대차의 ‘어린이 교통안전캠페인’(12년)은 지역사회 개발 및 캠페인 분야의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년 이상 된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207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지속기간은 10.7년이었다. 20년 이상 된 프로그램은 17개(8.2%)에 그쳤다. 전경련의 이소원 사회공헌팀장은 “장수 프로그램들은 장기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에스케이의 장학퀴즈와 한화의 점자달력, 엘지의 철새 먹이주기처럼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실린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많아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첫째로 사회공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장기투자라는 확고한 인식을 꼽는다.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의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거나, 기업홍보 차원에서 접근하면 장수 프로그램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재단 설립 등을 통한 안정적인 재정기반 확보다. 기업경영은 변동성이 심한 만큼 재단을 설립하면 출연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나라는 사회공헌 관련 기업재단이 100개도 안 되는데, 미국은 8000개를 넘는다.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 개인이 세운 것까지 합치면 7만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셋째는 기업과 사회공헌 전문 비영리기구 간의 끈끈한 파트너십이다. 한국비영리학회는 기업과 비영리기구의 파트너십을 활성화하기 위한 매뉴얼 제작을 내년 초까지 끝낼 계획이다.

넷째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다. 임직원의 자발적인 재정지원과 자원봉사가 활발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의 사회공헌 책임자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프로그램은 지속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용희 교수는 “외국의 경우, 단기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재난·긴급구호 외에는 거의 없다. 사회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기업 사회공헌도 최소한 3~5년 이상 중장기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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