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93%가 종업원 없는 1인 기업
경기불황에 영세자영업 붕괴 위험
신생기업 절반만 2년 뒤에도 영업
경기불황에 영세자영업 붕괴 위험
신생기업 절반만 2년 뒤에도 영업
새로 만들어진 신생기업 가운데 둘 중 하나는 2년 만에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하고 있는 모든 기업 대비 신생기업 비율을 의미하는 ‘기업신생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 가운데 ‘1인 기업’이 83.2%를 차지하고 있어, 영세 자영업의 포화와 붕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24일 사업자등록자료, 납세내역 등 행정자료를 분석해 만든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활동했던 전체 기업 수는 538만개로 전년(2011년)에 견줘 7만5000개 늘었다. 그러나 신생기업 수는 77만개로 전년에 비해 3만9000개 줄었다. 전체 활동기업 가운데 신생기업 비중은 14.3%로 전년의 15.3%에 비해 1.0%포인트 줄었다. 2007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신생률은 2008년 16.2%, 2010년 15.3%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무렵 영세 자영업이 폭증한 뒤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활동기업의 산업별 구성을 보면 이런 해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기업 가운데 도·소매업 132만3000개(24.6%), 부동산·임대업 108만8000개(20.2%) 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소멸률(2011년 기준)이 가장 높은 기업은 예술·스포츠·여가(21.4%), 숙박·음식점업(20.2%) 순이었다. 음식점, 여관, 노래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많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문권순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최근 몇년간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것이 기업 신생과 소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업원을 두지 않은 1인 기업의 소멸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멸기업 가운데 1인 기업이 63만9000개로 93.6%를 차지했고, 2인 이상 기업은 4만4000개(6.4%)에 그쳤다. 또 활동중인 전체 1인 기업 가운데 소멸한 1인 기업은 14.4%, 2인 이상 기업의 소멸률은 5.1%였다. 1인 기업의 소멸률이 2인 이상 기업의 2.8배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신생기업 가운데 2년 뒤에도 살아남는 비율인 생존율은 4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생긴 기업의 절반 이상이 2년 안에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신생기업이 1년 뒤에도 살아남는 비율은 60.0%, 2년 뒤는 47.1%, 3년 뒤 39.3%, 5년 뒤는 28.3%였다. 특히 1인 기업의 생존율은 2인 이상 기업보다 크게 낮았다. 2인 이상 기업은 1년 뒤에도 76.2%가 살아남았고, 2년 뒤는 62.3%, 3년 뒤 53.2, 5년 뒤에는 44.5%가 생존했다.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종업원을 두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폐업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내수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으며, 악성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다른 대책보다도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에 골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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