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
모델 관련비용 등 부당전가
광고주·대행사 불공정행위 금지
모델 관련비용 등 부당전가
광고주·대행사 불공정행위 금지
ㄱ광고제작사는 최근 대기업 계열의 ㄴ광고대행사로부터 화장품 광고촬영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따냈다. (광고주가 정해준)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를 모델로 촬영을 무사히 마쳤는데, 모델의 촬영 준비를 도왔던 아이돌 그룹 전담 메이크업, 헤어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코디 등의 수고비 명목으로 1인당 300만원씩 모두 1000만원 이상의 대금이 청구됐다. 또 모델 의상료도 1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하지만 광고주와 광고대행사가 모델료만 지급해 나머지 2000만원 이상의 광고 관련 비용은 광고제작사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ㄷ광고제작사는 정수기 광고촬영을 위해 세트장에 사용할 쇼파, 거실장, 액자 등을 구입했다. 광고주는 소품 비용을 지급하면서 자신의 요청이 있으면 소품을 즉시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광고주가 1년 뒤에나 소품 반환을 요청하면서, 그동안의 소품보관 창고비용 720만원은 고스란히 광고제작사가 부담했다.
앞으로는 광고주나 광고대행사가 영세 광고제작사에 이런 모델 관련 비용, 소품보관 비용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광고업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광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해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광고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은, 기존 계약서가 2009년 이후 바뀌지 않아 광고업계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광고제작사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새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면, 광고제작과 별도로 소요되는 모델 관련 경비는 원칙적으로 별도 계약을 통해 원 사업자인 광고대행사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또 광고주나 광고대행사의 촬영소품 늑장 수령으로 발생한 소품보관료(창고료)도 광고대행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광고대행사가 광고제작사의 기획안(광고전략과 광고컨셉)과 시안(기획안을 구체화해서 스토리보드 또는 인쇄 그래픽으로 표현한 제작물 후보안),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실상 도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광고제작 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엔 계약금으로 10%를 지급하도록 해, 광고제작비의 사후정산 및 지연 지급 관행을 개선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광고제작사가 수천만원의 광고제작비용을 자체 자금으로 먼저 사용한 상황에서 광고대행사가 대금 지급을 60일 이상 지연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광고제작비의 규모, 지급시기, 지급방법 등을 광고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계약서로 명시하도록 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은 공정위의 권장사항으로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광고업계가 개선안 마련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다수 광고대행사들이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행록 공정위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장은 “광고대행사, 광고제작사, 광고편집업체, 전문가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차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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