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보고서
“장기적 재원 마련으로
통일 악영향 최소화해야”
“장기적 재원 마련으로
통일 악영향 최소화해야”
미래에 발생 가능한 가장 큰 재정 위험요소로 꼽히는 통일 비용을 국가부채 요인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대호 정책금융공사 책임연구원은 25일 ‘재정위험과 통일비용’ 보고서를 통해 “통일은 그 발생 가능성과 당위성이 매우 높은 국가적 이벤트”라며 “통일비용을 우발부채로 공시하고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일 비용은 재정 및 조세 전문가들의 오래된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201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420조5천억원) 비율은 3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2.9%)에 비해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그러나 장래 다가올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은 한번 뚫리기 시작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성채와 같은 것”이라며 “통일이라는 막대한 재정 소요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재정건전성에 만족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의 보고서 역시 같은 인식 아래 통일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연구원은 “통일은 시한폭탄 같은 재정위험 요소인데도 정부가 공표하는 어떤 국가부채 지표도 이를 고려하거나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장래 발생할 지출요소를 채무로 산입하는 발생주의 회계를 도입하는 과정이지만, 아직 통일 비용을 국가채무로 관리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독일은 통일 이후 적극적 경기대응, 일관성 있는 개혁 추진, 제조업의 경쟁력 우위 등을 바탕으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북 통일 비용은 그 추정치조차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미국 국방 분야 민간연구소인 랜드연구소는 72조5000억원 정도를 추산했지만,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는 5850조원으로 추산해 수십배 차이를 보였다.
독일 정부의 통일 비용도 시사점을 남긴다. 독일 정부는 당초 5년 간 약 1150억 마르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9년까지 20년 동안 예상치의 20배가 넘는 1조3000억~1조6000억 유로가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옛 동독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점진적 재원 마련으로 통일의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통일비용 추산과 관리가 필요하며, 통일 전부터 북한 산업·자원·사회기반시설(SOC)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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