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 전면적 재검토 지시도
알짜자산 ‘헐값매각’ 부작용 우려
알짜자산 ‘헐값매각’ 부작용 우려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구체안이 31일 공개됐다. 정부는 부채가 많은 12개 공공기관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유 자산도 적극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철도 파업 종료 뒤 공공기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린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과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 및 방만경영 정상화 운용지침’을 확정했다. 정부의 실행계획은 토지주택공사·수자원공사·코레일·도로공사·한국전력공사 등 부채 상위 12개 기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안을 담고 있다. 이들 기관은 2012년 기준 평균 220%인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감축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구조조정안과 매각대상 자산과 매각가를 특정한 자산매각안을 1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마사회·인천국제공항공사·지역난방공사 등 복리후생비가 높은 것으로 지목된 공공기관들은 퇴직금·교육비·의료비·경조사비·고용세습·복무행태 등 8개 유형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개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노무사와 주무 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지원팀을 마련해, 개선 방안을 검토 및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채 감축을 위한 자산 매각으로 손실을 보거나,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서두를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공공기관 자산 매각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추진했지만, 공공성 약화 우려와 매각 대상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현실화된 예가 드물었다. 더구나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공공기관의 알짜 자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매물로 나올 경우 ‘헐값 매각’ 시비가 일 수도 있다. 정부는 ‘법적·제도적 절차를 준수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단서 조항을 달아두었지만, 공공기관 입장에서 꼼꼼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3분기에 정부 방침에 따른 기관별 정상화 방안 이행 실적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부진한 공공기관장은 해임 건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공기업의 설립 취지인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매각 일정만 서두르다 보면, 졸속 매각 시비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수서발 케이티엑스 분리와 같은 갈등 비용을 또 다시 치르지 않으려면, 보다 종합적이고 꼼꼼한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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