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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라면 납품 ‘통행세’ 20년간 떼내
삼양식품, 총수일가 부당 지원

등록 2014-01-05 20:06수정 2014-01-05 22:18

이마트 납품 도맡아 거래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 끼워넣어
판매장려금 명목 400억대 챙겨
공정위, 26억 과징금 부과
국내 최초 라면 생산업체인 삼양식품이 총수인 전인장 회장 일가에게 20년간 ‘통행세’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통행세는 총수 소유회사 등이 실질적 역할 없이 계열사 거래의 중간에 끼어들어 수수료만 챙기는 행위다. 중견그룹의 통행세에 대한 제재는 처음이다.

공정위는 4일 라면업계 2위업체(시장점유율 13.9%)인 삼양식품이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인 내츄럴삼양을 부당 지원한 것을 적발하고,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삼양식품은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면서, 중간 거래단계에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내츄럴삼양을 끼워넣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통행세’를 챙겨줬다.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11%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면, 내츄럴삼양은 이마트에 6.2~7.6%만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재지급하고, 나머지 3.4~4.8%는 통행세로 챙겼다.

삼양식품은 또 이랜드 브랜드를 붙여 만드는 피비라면제품에 대해 내츄럴삼양에 11%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 삼양식품은 이마트를 제외한 다른 할인점에는 라면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다른 라면업체들은 중간 거래단계에 내츄럴삼양 같은 회사를 끼어넣은 사례가 없다. 공정위의 통행세 제재는 2012년 롯데피에스넷 사건에 이어 두번째다.

공정위는 소멸시효 때문에 5년간의 부당 지원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양식품과 내츄럴삼양 간의 5년간 지원성 거래규모는 1612억원, 부당지원은 70억원에 달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전체 부당지원 기간 20년을 모두 합치면 부당지원액은 최소 400억원대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삼양식품의 내츄럴삼양에 대한 부당지원은 처음부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주력인 삼양식품의 제1대주주(지분율 33.3%)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다. 내추럴삼양은 1993년까지만 해도 자산총액 170억원의 적자기업이었으나, 부당지원을 받아 2012년에는 자산 1228억, 매출액 500억원을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전인장 회장 일가는 1992년 당시 내츄럴삼양 지분이 24%에 불과하고 나머지 76%는 삼양식품이 갖고 있었는데, 삼양식품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현재는 내츄럴삼양의 지분 100%(자사주 제외)를 갖고 있다. 총수일가가 부당지원을 통해 금전적 이득과 그룹의 안정적 지배라는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한 셈이다.

삼양식품은 내츄럴삼양이 20년 전 이마트에 라면 납품을 따내면서 받은 판매장려금을 관행적으로 계속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압수한 삼양식품 내부문건을 보면, “다른 유통점과 비교 시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거친다. …공정위 조사 시 적발 확률이 높다”고 적시돼 있어, 내츄럴삼양에 대한 판매장려금 지급이 법위반행위임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내부문건은 이어 “내츄럴삼양의 영업인력 부족으로 형식상만 이마트로부터의 (라면) 주문발주 업무를 하고, 실제로는 삼양식품이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고 밝혀, 내츄럴삼양의 역할이 없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및 통행세 규제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이 오는 2월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엄정한 제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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