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재생에너지 15% 권고”
정부 “보급 목표, 시장수요 고려”
예산도 작년보다 536억 줄어
여전히 원전에 크게 의존
정부 “보급 목표, 시장수요 고려”
예산도 작년보다 536억 줄어
여전히 원전에 크게 의존
정부가 이달 중순께 확정될 예정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2014~2035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 목표를 1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훨씬 낮은 11%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원전 보유국인 반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 꼴찌 국가다.
5일 ‘민관합동 워킹그룹’(정부에 권고안을 낸 전문가그룹)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애초 203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1차 에너지 대비 비중) 시나리오는 3가지였다. 가장 보수적인 수준으로 잡은 9%대와 1차 에너지기본계획(2008년 수립) 때와 동일한 11%, 일명 ‘도약안’으로 나온 13~15%였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의 신재생에너지 분과는 “15%도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연말 최종안으로 내놓은 숫자는 11%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수립된 1차 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 때와 같은 수치이지만, 당시에는 목표를 달성할 최종 연도가 2030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킹그룹은 이번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마련하기 위해 이론적 잠재량과 지리적 잠재량, 기술적 잠재량, 시장 잠재량을 산출한 뒤 적정 수준의 목표가 어느 수준인지를 논의했다. 보급 확산을 위한 비용보조수단을 제외한 상태에서 생산될 수 있는 에너지양인 시장 잠재량은 1억5056만TOE(석유환산톤)로, 2035년 1차 에너지 수요전망치 3억7790만TOE의 40%에 육박한다. 분과장을 맡은 부경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는 “11%대를 기준안으로 하되, 15%도 가능한 만큼 이를 상한선으로 건의했지만, 정부 쪽이 (11%를 넘어서는 목표치에)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장 잠재량은 활용 가능한 최고값이어서 보급 추세나 시장수요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목표치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또 11% 보급 목표치는 잠재량 분석과 그동안의 성과 및 향후 적정성 등을 면밀히 따져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부는 원자력발전(원전)의 경우에는 발전설비 대비 22~29%라는 워킹그룹 권고안 가운데 상한선인 29%를 최종안으로 선택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일부 학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생가능에너지 분류기준을 적용하면 이런 정부 목표치가 4%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용어인 신재생에너지 개념은 국제에너지기구(IEA)나 오이시디의 분류 기준과 다르다. 국제 기준을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2.75%(2011년 기준)가 아니라 0.7%에 불과해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원래 ‘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되는 에너지’를 뜻한다. 태양과 풍력, 해양, 수력, 바이오매스, 지열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분류에는 화석연료를 변환해 사용하는 신에너지(수소에너지, 연료전지 등)와 재생가능하지 않은 폐기물 등까지 포함돼 있어 수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정부의 정책 의지와 예산 투입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련 예산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조35억원이었던 신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은 2012년에 9982억원으로, 2013년 8562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 역시 8026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536억원이 줄었다. 이성호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전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는 “국제사회에서는 202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를 내다보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시그널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원전에만 올인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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