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 사태를 부른 배경에는, 그동안 국외진출 기업과 관련된 분쟁 사건을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한국 연락사무소(NCP)가 제구실을 못해온 책임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태는 한국과 중국·일본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세운 의류봉제회사 노동자들이 월 최저임금을 현재 80달러에서 160달러로 두 배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면서 촉발됐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13일 전순옥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효과적 이행방안’ 토론회에서 “캄보디아에서 최근 일어난 사태는 한국 기업의 저임금 지급 관행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그 나라가 정한 비현실적 최저임금을 주면서 법을 다 지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국적기업의 오이시디 가이드라인을 보면, 형식적 최저임금이 아니라 노동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적정 임금을 주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가이드라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한국 연락사무소(NCP)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976년에 만들어진 오이시디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국제 사회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노동·환경권,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는 국제 기준이다. 오이시디 회원국들은 나라별로 연락사무소를 마련해, 각종 분쟁 사건 등 조사·중재해야 할 의무를 갖는데, 그동안 한국 연락사무소는 이런 역할을 방기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교육선전실장도 이 날 토론회에서 “캄보디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들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사회적 대화를 권장하며, 특히 교섭과정에서 투자철회 위협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실장은 “그런데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주도하는 반면에 노사정 협상에 불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연락사무소가 이런 기업들한테 오이시디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숙지시키는 등의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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