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화 “서구청 행정조처 수용”
‘환경평가 미흡’ 주민 반대에 백기
‘환경평가 미흡’ 주민 반대에 백기
* PX :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에 휘말려 인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에스케이(SK)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주민들의 안전 및 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인구밀집 지역에서 지역주민 동의 없이 공장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은 21일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에 짓고 있던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스케이 쪽은 “인천 서구청이 공사 인허가 절차상의 법규 위반사항 등을 들어 내린 행정조처를 겸허히 수용하며, 공사를 중지하고 위반사항 치유 및 전반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와 서구청이 권고한 주민 상생협의체를 조속한 시일 안에 구성해 인천시 검증단이 제안한 안전·환경 수준 제고 방안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 방안을 성실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에스케이 쪽은 앞으로 2~3일간 공사 중지에 필요한 사전 안전조처를 벌인 뒤 공사를 중단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2년 8월부터 1조6000억원(연산 130만t 규모)을 들여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공사를 벌여왔다. 파라자일렌은 합성섬유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제품으로,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이 공장은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었으며, 중국 등지에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었다.
이런 계획에 제동이 걸린 건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주민들은 에스케이 쪽이 1990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근거해 달라진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위법적으로 공장 증설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장 부근에 과거와 달리 청라국제도시 등 인구밀집 주거단지가 대거 들어섰지만 그에 따른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갈등이 격화되자 인천시가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2월5일 몇가지 위법사항을 들어 공사를 잠정 중단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관할 자치단체인 서구청도 지난 16일 공사 중단을 에스케이 쪽에 통보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앞서 벌인 현장실사에서 발견한 미신고 공작물 17기에 대해서는 고발과 함께 행정처분을, 나머지 공정에 대해서는 법적 강제력이 덜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공사 중단과 함께 에스케이 쪽은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의 위법성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주택단지와 가까운 거리에 파라자일렌 공장이 들어서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라자일렌 공장의 원유처리 공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주민과의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유해물질 배출 논란이 있는 화학공장을 지으려는 기업의 시도가 애초 무리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푸젠성에서도 2007년 샤먼시에 건설될 예정이던 파라자일렌 공장이 주민들의 반대로 다른 곳으로 옮겨 지어진 바 있다. 당시 장저우시로 옮겨진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공장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일단 공사 중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주민 상생협의체가 그동안 시위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은 이른바 ‘친에스케이’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점을 들어 23일로 계획된 발대식을 무산시키고, 24일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황보연 기자, 인천/김영환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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