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해결 어쩌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영록 회장 빼고 27명 사의
‘사태 의식한 빈 카드’ 비판 일어
‘사태 의식한 빈 카드’ 비판 일어
고객 정보를 대량 유출한 책임을 지고 카드 3사 사장이 사임하고 케이비(KB)금융그룹 임원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태에 격앙하고 있는 시민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실질적인 피해 배상과 책임자 처벌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위기 모면용’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의 사퇴에 이어 전해진 케이비금융그룹 임원진의 사임 소식은 금융당국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케이비금융은 임영록 회장을 제외한 지주사 부사장과 은행장, 카드 사장 등 경영진 27명이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했다. 케이비금융의 ‘임원진 총사임’ 표명을 놓고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태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 ‘빈 카드’를 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온 카드 3사 사장들이 거취를 표명할 순간에 은행 경영진까지 사임 카드를 던지면서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모두 물러날 것도 아니면서 이번 사태를 의식해 너무 지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영록 회장은 ‘사표 수리를 언제 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이후) 책임질 일이 있는 분은 선별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비금융 쪽은 “은행 임원진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횡령 등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난해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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