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로 코레일 철도정비창 부지. 2013년 찍은 사진으로 눈으로 덮혀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 쏙] 용산개발 2라운드 소송전
국민의 발인 철도가 올해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에 따른 수조원대 소송전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 한강로 3가 철도정비창 30만㎡를 둘러싼 대립은, 높은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는 코레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한강로 3가에는 30만㎡에 이르는 넓은 개활지가 놓여있다. 사업비만 31조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중심축이었던 코레일 철도정비창 부지다. 2016년 말까지 초고층 빌딩 14개동을 포함한 66개 건물이 들어서고, 이를 통해 23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장밋빛 청사진이 무색하게, 빈 땅은 붉은 황토 속살만 드러내고 있다. 장밋빛 전망이 거둬진 부지에는 이해 대립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 땅의 원소유주였던 코레일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였던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의 동상이몽이 그것이다. 코레일 태도는 간명하다. 개발사업 무산의 책임이 전환사채(CB) 발행을 거절해 자금줄을 막히게 한 민간투자사에 있기 때문에, 땅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드림허브를 상대로 토지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부지 39%를 회수했지만, 나머지 61%의 소유권은 여전히 드림허브에 남아있다. 매각대금 반환분 일부와 금융 이자·오염 정화비 공사비 등 1조2000억여원을 드림허브 쪽에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의 이유가 드림허브 쪽에 있으므로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의 동지’ 코레일-드림허브
용산개발 무산 관련 수조원대 소송 부채 줄이기 압박받는 코레일엔
용산 철도창 땅이 마지막 동아줄
회수해야 부채율 440%서 260%로 최근 법원 판결 코레일쪽에 불리
긴 소송에 신규자금조달 어려워져
코레일 부지 회수까진 ‘추운 겨울’ 드림허브의 입장은 정반대다. 드림허브 쪽은 “(용산 개발의 상징인) 랜드마크 빌딩의 2차 계약금 지급의 전제였던 전환사채 발행을 코레일 쪽이 방해한 것이 개발사업 무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입장이다. 드림허브는 이 논리에 따라 코레일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드림허브는 또 같은 이유로 코레일에 이행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지난해 7월 제기한 상태다. 드림허브는 또 순수 민간자본으로 개발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녹지)그룹과 개발사업권 매각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원대 소송을 앞두고 한때의 동업자끼리 칼 끝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이 소송전에 특히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부동산 소유권의 향방이 코레일 부채비율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1년 130%를 기록하며 처음 자본금 대비 100%를 넘어선데 이어, 2012년 214.7%로 크게 뛰었다. 2013년 말 코레일의 부채비율(전망치)는 442.2%에 이른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05년 출범 뒤 70~95% 사이를 유지해 왔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급증한 이유는 3가지 정도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2009년 민자사업으로 추진됐던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1조2000억원의 부채(총 부채 15조1585억원)가 한번에 늘었다. 또 2011년부터 자회사 부채도 반영토록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더 뛰었다. 마지막으로 용산개발 무산으로 사업비 2조7000억원을 대손충당(돈이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해 자본금이 3조5000억원 정도로 크게 깎인 것도 부채비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9년 이후 코레일 부채는 꾸준히 늘었는데, 부채비율의 분모 역할을 하는 자본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폭증세를 보인 것이다.
더구나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하기 위해 스스로 방만경영과 적자경영의 책임을 인정해 버렸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추진 드라이브에 맞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주장할 근거마저 사라진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발간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보고서에서 코레일을 비롯한 9대 공기업의 부채증가는 정책사업(41%)·요금통제(16%) 등 정책실패에 따라 발생한 부채가 전체 부채의 절반을 넘어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은 이 논리에 따라 지난 8년여 동안 76.9%(7000억여원 미지급)에 불과했던 정부의 공익서비스비용(PSO) 보상금 지급 등을 주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산매각·인력감축 등 자구노력을 우선해야할 처지에 빠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부지에 목을 매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2012~2017년)에서 2014년 556.2%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을 2015년 248.9%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철도정비창 부지의 자산가치를 재평가해 자본금에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3조원 남짓인 자본금에 자산가치 2억8000억여원을 더하면 분모가 2배 가까이 뛰고, 부채비율도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산수’를 한 셈이다. 실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른 코레일의 예상 부채 추이는 2013년말 11조6112조원에서 2017년 15조7244억원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부채비율 해결이 결국 ‘분모’의 문제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코레일의 이런 셈법이 제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의문이다. 먼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에 코레일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재판장 이종석)는 지난해 12월 서울보증보험이 신청한 회생채권조사 선고에서 “드림허브의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에 사업 무산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행보증금 517억원에 대한 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보증보험이 용산개발 무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금인 ‘이행보증금’을 코레일에 지급한 뒤 롯데관광개발에 이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 벌인 재판이었는데, 법원이 “롯데관광개발에는 책임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랜드마크빌딩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하지 못해 드림허브의 유동성이 부족하게 된 것”이라며 “드림허브가 이를 위해 수차례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코레일 추천 이사 3명이 일관되게 반대했고 그 반대 이유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철도정비창 부지를 놓고 드림허브 쪽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를 그대로 확인한 판결이다. 물론 이 판결은 코레일과 드림허브 사이에 벌어질 소송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드림허브 쪽 논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해당 판결은 부지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산법원의 입장에서 효율적인 회생을 추진해야 하는 회생 제도의 취지에 따라 롯데관광개발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드림허브 의뢰를 받아 작성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보고서도 코레일에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드림허브로부터 제공받은 증거와 사업이 무산된 경위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귀책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드림허브가 최소 1조4898억원 이상 회수할 가능성이 높고, 사업 무산의 귀책사유가 (드림허브의 주주인) 민간출자사에 있다고 결론이 나도 5738억원 이상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이 법률사무소는 내렸다.
시간도 코레일 편이 아니다. 드림허브와 민간출자사가 개별적으로 코레일에 소송을 낼 경우, 소송전에만 3~4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부지 소유권은 돌려받겠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드림허브에 지급해야 할 금액도 모두 빚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높은 부채비율에 허덕이는 코레일의 부채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해질 여지는 커진다. 코레일이 빠른 시간 안에 부지를 돌려받지 못할 경우, 부채비율은 단순 계산으로도 2015년엔 600%를 넘어선다. 부채비율이 600%에 이를 경우, 코레일은 자본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국민의 발인 철도가 올해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에 따른 수조원대 소송전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 한강로 3가 철도정비창 30만㎡를 둘러싼 대립은, 높은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는 코레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한강로 3가에는 30만㎡에 이르는 넓은 개활지가 놓여있다. 사업비만 31조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중심축이었던 코레일 철도정비창 부지다. 2016년 말까지 초고층 빌딩 14개동을 포함한 66개 건물이 들어서고, 이를 통해 23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장밋빛 청사진이 무색하게, 빈 땅은 붉은 황토 속살만 드러내고 있다. 장밋빛 전망이 거둬진 부지에는 이해 대립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 땅의 원소유주였던 코레일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였던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의 동상이몽이 그것이다. 코레일 태도는 간명하다. 개발사업 무산의 책임이 전환사채(CB) 발행을 거절해 자금줄을 막히게 한 민간투자사에 있기 때문에, 땅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드림허브를 상대로 토지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부지 39%를 회수했지만, 나머지 61%의 소유권은 여전히 드림허브에 남아있다. 매각대금 반환분 일부와 금융 이자·오염 정화비 공사비 등 1조2000억여원을 드림허브 쪽에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의 이유가 드림허브 쪽에 있으므로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의 동지’ 코레일-드림허브
용산개발 무산 관련 수조원대 소송 부채 줄이기 압박받는 코레일엔
용산 철도창 땅이 마지막 동아줄
회수해야 부채율 440%서 260%로 최근 법원 판결 코레일쪽에 불리
긴 소송에 신규자금조달 어려워져
코레일 부지 회수까진 ‘추운 겨울’ 드림허브의 입장은 정반대다. 드림허브 쪽은 “(용산 개발의 상징인) 랜드마크 빌딩의 2차 계약금 지급의 전제였던 전환사채 발행을 코레일 쪽이 방해한 것이 개발사업 무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입장이다. 드림허브는 이 논리에 따라 코레일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드림허브는 또 같은 이유로 코레일에 이행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지난해 7월 제기한 상태다. 드림허브는 또 순수 민간자본으로 개발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녹지)그룹과 개발사업권 매각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원대 소송을 앞두고 한때의 동업자끼리 칼 끝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이 소송전에 특히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부동산 소유권의 향방이 코레일 부채비율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1년 130%를 기록하며 처음 자본금 대비 100%를 넘어선데 이어, 2012년 214.7%로 크게 뛰었다. 2013년 말 코레일의 부채비율(전망치)는 442.2%에 이른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05년 출범 뒤 70~95% 사이를 유지해 왔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급증한 이유는 3가지 정도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2009년 민자사업으로 추진됐던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1조2000억원의 부채(총 부채 15조1585억원)가 한번에 늘었다. 또 2011년부터 자회사 부채도 반영토록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더 뛰었다. 마지막으로 용산개발 무산으로 사업비 2조7000억원을 대손충당(돈이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해 자본금이 3조5000억원 정도로 크게 깎인 것도 부채비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9년 이후 코레일 부채는 꾸준히 늘었는데, 부채비율의 분모 역할을 하는 자본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폭증세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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