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스마트그리드 한전 사옥 가보니
실시간 전기 사용량 한눈에 확인
남는 전력 충전…피크 때 사용도
설치 비용 커 상용화 갈 길 멀어
실시간 전기 사용량 한눈에 확인
남는 전력 충전…피크 때 사용도
설치 비용 커 상용화 갈 길 멀어
5일 한국전력 구리·남양주지사 1층에 있는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에선 실시간 전기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약 5300㎡(1600평) 규모의 건물 전체에서 쓰고 있는 전기 소비량은 총 118㎾가량이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층별로 얼마나 전기를 쓰고 있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과 기구별 전기사용량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층 화장실의 비데에선 같은 시각 443W의 전기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이날 구리·남양주지사에서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준공식을 열고, 이 건물을 국내 첫 스마트그리드 사옥으로 공개했다.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대기 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전력수급 비상 때 전기소비를 줄이는 등 이른바 ‘똑똑한’ 전력운영 시스템을 건물 전체에 갖춰놨다는 얘기다. 한전에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담당하는 황우현 처장은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 에너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 확인한 총 전기소비량 118㎾ 가운데 한전에서 공급하는 일반 전력은 97㎾뿐이다. 나머지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최대 전력 20㎾)와 전력저장장치(ESS)를 이용했다. 전력저장장치란, 일종의 거대한 배터리인데, 심야시간이나 주말에 남는 전기를 충전해뒀다가 부하량이 많은 시간대에 쓸 수 있다.
사옥 곳곳에 달려 있는 전등과 콘센트도 평범하지 않다. 만일 컴퓨터를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전원을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하게 끌 수 있다. 대기 전력을 3분 안에 차단하도록 미리 설계해놓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 사옥을 구축함에 따라 한전은 연간 전기소비를 1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올해 추가로 서울 강북지사 등 사옥 4곳에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2020년까지 전체 사옥 2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가나 업무용 건물, 공장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옥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만만치 않은 설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전은 구리·남양주지사를 스마트그리드 사옥으로 바꾸는 데 2억2000만원을 썼다. 전력저장장치 등을 통해 전기요금을 종전보다 20~30%가량 줄일 수 있지만,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만 10년이 걸린다. 황우현 처장은 “현재 기준으로 10년쯤 걸리지만 앞으로 각종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배터리(전력저장장치) 가격이 더 하락하면 사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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