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빚 1.1조원 추가감축 위해
비축기지 지하화…180만㎡ 매각 대상
부지 찾는 S-Oil 공장증설 호재될듯
비축기지 지하화…180만㎡ 매각 대상
부지 찾는 S-Oil 공장증설 호재될듯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에쓰오일(S-Oil)이 웃는다?’
한국석유공사의 강도 높은 부채감축 계획으로 에쓰오일의 울산지역 공장 증설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부채를 줄이라는 정부의 엄포에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자산매각에 나서면서, 그 혜택을 민간기업들이 고스란히 누리게 되는 하나의 대표 사례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석유공사의 부채 규모는 18조원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지난달 29일 공사 쪽은 2017년 부채 규모를 2012년 말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냈다. 이미 지난해 9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일환으로 2017년 부채 규모를 19조1000억원 선에서 억제하기로 한 바 있지만, 이보다 1조1000억원을 더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석유공사가 내놓은 부채감축 방안에는 ‘일부 비축기지의 부지 매각’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비축기지는 공사가 석유수급 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저장해두는 국가중요시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억46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비축시설이 마련돼 있다. 공사 쪽은 울산지사에 있는 저장탱크를 지하화하고 해당 부지를 민간기업에 팔려고 하는데, 이번 매각 추진은 국내 정유업계 3위 기업인 에쓰오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비축기지 매각이 추진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5월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의에선 공장부지 부족에 시달리던 에쓰오일의 투자 걸림돌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인근에 있는 석유공사 비축기지를 활용하자는 방안이 나왔다. 울산 비축기지에 있는 지상 저장탱크는 모두 18개로, 180만㎡ 규모 부지에 설치돼 있다. 비축기지 땅에 원유정제시설 및 석유화학공장 등을 짓도록 해주면 중장기적으로 8조원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뼈대로 한 이 방안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최대 성과로 홍보됐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적잖았다. 원유 저장탱크를 묻은 부지 위에 정유공장을 짓는 것이 전례없는 일이어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데다, 보안을 필요로 하는 시설인 비축기지 안에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인 기업의 설비가 들어서는 것이 타당한지 등의 의문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본 적이 없는 사례여서 사업이 실제 추진된다면 환경영향평가나 안전성 평가가 훨씬 강도 높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까지 부지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던 정부 목표와 달리, 사업타당성 조사 등이 더딘 진척을 보여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사업은 석유공사의 부채감축 계획과 연동되면서 다시 속도를 내게 됐지만, 부지 매각을 둘러싼 상황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대표적으로 지하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비축기지를 지하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드는 이점이 있지만 저장탱크를 지하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칫 ‘단기간 내 부채감축’이라는 목표가 무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추가로 1조1000억원의 빚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지하화 비용까지 감안해서 나온 액수”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사업으로 추진된 터라 헐값 매각 등 특혜 시비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쪽은 “에쓰오일에 매각한다고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공정한 입찰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부지에 눈독을 들이는 다른 기업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금액이 상식적 수준에서 정해지지 않을 경우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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