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 성향의 중진학자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창조경제 구현, 금산분리,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 핵심 대선공약들이 실종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주최로 14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박근혜 정부 경제사회정책 1년 평가’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4편을 발표한다.
이날 발표될 논문을 미리 보면,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는 ‘창조경제론’ 평가에서 “지식 기반 경제(국민의 정부), 혁신주도형 경제와 동반성장(참여정부), 추종자에서 선도자로의 전환(이명박 정부) 등 지난 10여년간 한국경제의 성장모델 전환에 관해 모색돼온 대안적 아이디어를 모두 포괄하는 종합선물세트로, 야권의 공약을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명확한 개념이 설정되지 않은 채 아직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창조경제는 여전히 공약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또 “기업 상생의 문제를 단순히 거래관계의 공정성 문제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산업 및 기업구조의 비젼과 연결시켜야 하고, 재벌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할 노동관계정책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동걸 동국대 교수는 ‘금산분리정책’ 평가에서 “박근혜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 축소, 대주주의 동태적 적격성 강화 및 확대, 일정요건 충족 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 등 4가지 공약 중에서 이행된 것은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하나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2금융권)와 왜곡이 가장 심각하고, 경제활성화와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경제민주화와 금산분리가 필요한데도, 박근혜 정부의 금산분리에 대한 인식부족, 실천의지 결여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일관성있게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노동정책’평가에서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청년층 일자리 확대,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고용, 최저임금 인상 등의 노동 공약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집권 이후 대부분 삭제, 축소, 후퇴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특히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하겠다던 공약이 반 노동적이고 밀어붙이기 일변도의 노사관계정책으로 180도 바뀌면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공격,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최장기 철도 파업, 민주노총 외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 등이 초래됐다”며,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을 “파탄”이라고 혹평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복지재정정책’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를 재정정책의 기조로 채택해 2014년 예산을 25조5000억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예산으로 편성하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감세와 규제완화 등 과거 ‘줄푸세’정책으로 회귀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공약도 진품 약속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형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의 사회투자 및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며, 조세정의를 지하경제의 양성화라는 좁은 틀에 가두지 말고 직접적이고 누진적인 증세를 통해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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