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 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2009년 숨을 거둔 바리톤 오현명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릴 듯 선명한 가곡 <명태>의 가사다.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이름만은 남아있으리라” 노래할 정도로 명태는 서민과 함께 한 생선이었다.
가곡 뿐 아니다. 록커 강산에는 본명을 딴 6집 앨범 ‘강영걸’에 담긴 <명태>라는 곡에서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 지방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처음잡아 해서리 명천의 명자 태씨 성을 딴 태자, 명태라고 헤떼이제이니”라고 명태의 서사를 노래했다. 강산에는 또 “겨울철에 잡아얼린 동태 삼사월 봄에 잡히는 춘태 알 낳고서리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던 씹던 껍데기 냉동이 안된 생태 겨울에 눈 맞아가며 얼었다 녹았다 말린 황태 노가리는 앵치”라고 명태의 다양한 이름을 읊기도 했다. 이북 사투리에 명태를 소재로,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노래한 곡이었다.
그러나 요즘 동해 바다에서는 이렇게 노래로 불릴 정도로 서민과 가까운 생선이었던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1950년대 연간 2만4000톤, 1970년대 연간 7만톤이나 잡히던 명태는, 2000년대 중반이 되자 100톤 미만으로 어획량이 줄었고, 2007년 이후에는 1년에 1~2톤 정도나 잡히는 수준이다. 남획과 수온 상승으로 어종 자원이 거의 고갈되다시피 한 셈이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집나간 명태를 찾기 위해’ 국산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살아있는 명태를 어민들한테 구하거나, 러시아·일본 등에서 수정란을 들여와 치어로 키운 뒤 동해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월 강원 고성군 아야진항에서 건강 상태가 좋아보이는 암컷 명태(길이 50㎝)와 수컷 명태(길이 45㎝)를 구해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에서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수온이 높은 탓에 부화에는 실패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와 명태 수정란 확보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고, 명태 어종 회복을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살아있는 명태를 구해준 어민한테는 사례금 50만원도 지급할 예정이다. 오광석 해수부 수사자원정책과장은 “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동해안 명태를 다시 국민 식탁 위에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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