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주 양남면 동남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현장. 천장이 모두 무너져내려 처참한 광경이다. 경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06년 폭설로 군산창고 붕괴
연구진 “적설하중 기준 높여야”
설계·시공지침 정책마련 촉구
연구진 “적설하중 기준 높여야”
설계·시공지침 정책마련 촉구
정부가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같은 참사를 막아낼 구체적인 정책제안을 받아들고도 8년이나 이를 방치해왔던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예고된 ‘인재’를 방치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군산항 5부두 임항창고 붕괴원인 조사연구보고서’(2006년)를 보면, 연구진은 적설량 증가와 기둥 없이 건물을 짓는 ‘피이비(PEB) 공법’의 위험성을 이미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2005년 전북 군산시 일대에 내린 폭설로 군산항 부두에 있던 곡식창고가 무너지자 군산지방해양항만청이 발주한 것으로, 상급기관이었던 당시 국토해양부에도 보고됐다.
보고서는 적설하중 기준 개정과 피이비 공법에 대한 설계 및 시공지침 마련을 모두 제언했다. 보고서는 “군산 이남의 강설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월등히 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창고 신축 시 국내 하중 기준 개정 전이지만 그보다 높은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외국에서 도입된 피이비 공법이 경제적 이점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국내 실정에 적합한 설계 및 시공 지침을 조속히 개발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이비 공법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립대 최성모 교수(건축공학)는 “당시 (강구조) 학회 차원에서도 그렇고, 학자 개인으로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국토부도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적설량 등에 관해서 준비된 것이 없어 비극이 재현됐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공법에 대해서 지침이나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미경 의원은 “소 잃고 8년 동안이나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게 우리 정부”라며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김경욱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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