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하산)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점입가경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른바 ‘낙하산 방지 대책’을 발표한 것에도 아랑곳없이 여당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동서발전과 광물자원공사는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인 강요식·홍표근씨가 각각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돼 24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강씨는 소령으로 전역한 이후 2008~2009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냈으며,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자문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자유선진당 중앙위원회 부의장과 선진통일당 최고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는 홍씨도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여성본부장으로 박근혜 당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인물이다.
공공기관의 감사는 방만경영과 비리 등을 감시·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국가로 치면 사법부 노릇이다. 감사 또한 기관장과 마찬가지로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 혹은 기재부 장관이 임명한다. 두 사람이 어떤 경력을 인정받아 상임감사가 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운 이력만이 도드라진다.
더군다나 이들에게 임명 사실이 통보된 것은 기재부가 낙하산 방지 대책을 내놓기 하루 전인 19일이다. 기재부는 다음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년 이상 관련 업무 경력’ 등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세부 자격요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업무보고 당일에도 전기안전공사 새 사장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줄곧 있어 왔지만 최근 드러나는 행태는 훨씬 더 대담하고 노골적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 이른바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 배려자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하는가 하면, 당 최고위원이 노골적으로 주무부처 장관에게 ‘대선 공신’을 챙겨야 한다고 당부하는 담력을 내보였다.
이런 ‘당부’는 그대로 실행에 옮겨져 왔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할 즈음에도 지역난방공사와 도로공사 사장에 김성회·김학송 전 의원(새누리당)을 앉힌 바 있다. 이후로도 해당 공공기관에 대한 전문 경력이 전무한데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인사들이 기관장·상임감사는 물론이고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까지 가는 ‘보은 인사’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공공기관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부는 12월에 낸 정상화 대책에서는 낙하산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낙하산’은 쉼 없이 내리꽂혔다. 이번에 ‘늑장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기대치는 높지 않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다. 무조건 (정치인 출신 등은)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렵다. 누가 되느냐보다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해임 건의나 경고 등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 18명 가운데 15명이 정치권 등에서 온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바 있다. 공공기관 개혁에 꺼내든 정부의 칼이 무딜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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