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위해 공공임대 확대
고액 전세대출 대상 줄이고
월세 소득공제는 세액공제 전환
가계부채 5%p 낮춘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논란
고액 전세대출 대상 줄이고
월세 소득공제는 세액공제 전환
가계부채 5%p 낮춘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논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서민지원 정책은 주로 내수회복 목표에 방점을 찍으면서 소비 여력를 늘리겠다는 게 뼈대다. 이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가권리금 보호제도 도입 방침이다.
상가권리금 문제는 용산참사 등 그동안 숱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하고 영세 상인들의 영업권을 위협해온 요인으로 꼽혀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첫 개선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권리금은 임대차 계약과는 별도로 설비, 장소적 이익, 영업권 등의 유무형 이익과 관련해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돈이지만, 임대차 계약 종료 때 상가임차인이 이를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권리금의 법적 정의를 도입해 권리금의 실체를 인정하고 권리금 거래 때 쓰이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권리금을 양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모든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부여해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5년의 갱신 기간을 보장받지 못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기로 한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상가임차인에게 5년간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중간에 임대인(건물주)이 바뀌는 때는 지역별로 일정한 환산보증금(보증금+임대료×100) 기준(서울 4억원) 이하 임차인에게만 대항력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새 임대인에 대한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권리금 보호를 위한 입법화에 나선다는 방침인데, 앞서 민주당도 건물주의 권리금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상가권리금 보호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해놓은 상태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임대시장 선진화 대책도 추진된다.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 민간자본을 활용한 공공임대 건설 방식이 도입되고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이 강화된다. 전세금 대출 지원 대상을 낮춰 이른바 ‘고액 전세’의 확산을 억제하는 한편 월세 소득공제를 대폭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가계부채의 조절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손을 볼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은 지역에 따라 50~70%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빚 내서 집 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토해보는 단계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방향성을 두지 않고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개선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의 서민대책 중 상가권리금 보호는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 관련 대책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늦게나마 상가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환영하지만 법제화 내용이 중요하다. 상가임대차는 5년이 아니라 10~20년 장기계약을 보장하고, 재개발 사업 등으로 상가 건물이 철거될 때는 현실적인 영업보상비 지급, 대체 상가 지원책 등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관광산업 활성화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합리화는 부동산 시장에 불을 놓겠다는 이야기”라며 “어떻게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주거비를 낮추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최종훈 노현웅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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