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상가에서 한 시민이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어 있는 월세 시세표를 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26 전월세 대책 뭘 담았나
임대주택 2채 중 1채가 월세
주거비 불균형 해소에 방점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 부진에
민간자본 끌어들여 명맥 유지
‘빚내서 집사라’ 기조 그대로
전문가 “공공임대 재고 늘려야”
임대주택 2채 중 1채가 월세
주거비 불균형 해소에 방점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 부진에
민간자본 끌어들여 명맥 유지
‘빚내서 집사라’ 기조 그대로
전문가 “공공임대 재고 늘려야”
국토교통부가 26일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늘어나는 전월세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부의 첫 ‘처방전’ 성격을 띤다.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월세 세입자 지원 강화,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금감면 등은 정부가 기존 전세 물량이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최근의 임대차 시장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 조사를 보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2012년 1월 35.4%에서 올해 1월 46.7%로 급증했다. 임대주택 두 채 중 한 채는 월세인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정부 대책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간 또다른 배경은 전세-월세-자가보유 사이의 주거비 불균형이 심각한 데서도 기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거주유형별 주거비 수준은 상대적으로 월세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자가이며 전세가 가장 낮다. 최근 78주째 연속된 유례없는 전셋값 상승은 이런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월세 소득공제 확대를 통해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반면 보증금 3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기로 한 것 등은 이러한 주거비 부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또 월세의 주거비 부담을 낮춘다는 전제 아래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디딤돌 대출, 공유형 모기지 등 저리의 장기대출이라는 ‘당근’으로 전세 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촉진하기로 한 것도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디딤돌 대출은 올해 최대 12만가구(11조원), 공유형 모기지는 이 가운데 1만5000가구(2조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방침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렌트푸어’를 위한 대선 공약이었던 ‘행복주택’, ‘목돈 안드는 전세’ 등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반토막 난 데 대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대학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20만가구 건설 계획은 지난해 2017년까지 14만가구로 목표 물량이 축소됐다. 여기에다 서울 목동 등 위치가 좋은 곳에서는 지구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등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있다.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는 지난해 첫 시행에 들어가 실패를 겪은 뒤 ‘전세금 안심대출’로 바뀌어 올해부터 출시됐으나 이용 실적은 신통치 않다. 이런 현실에서 142조원의 빚더미에 눌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 건설을 맡기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은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월세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유인책 성격이 짙다. 지난해 12월 도입된 준공공임대는 임대인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대신 10년간 장기임대하고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묶이는 ‘반 민간, 반 공공’ 성격의 임대주택이다. 따라서 준공공임대에 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몰아주기로 한 것은 민간 임대주택시장의 중심축을 임대료가 시중보다 낮은 준공공임대 쪽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준공공임대주택이 활성화된다면 야당이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 ‘임대주택 등록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부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연 임대료를 일정 수준(연 5%)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고, 전월세 등록제는 3주택 이상 소유자가 1주택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는 것이다. 만일 국세청이 안전행정부가 확보한 주택임대차 계약서 확정일자 자료를 통해 신고하지 않는 임대인들의 소득세 추징에 나선다면 준공공임대주택을 등록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선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물량을 늘리는 게 기본에 충실한 대응책인데, 이번 대책엔 별다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올해 도입하기로 한 주거급여(바우처)의 전달체계를 잘 정비해 확대해나가는 한편 주택시장의 ‘저수지’ 구실을 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충하는 ‘투 트랙’ 대책이 필요하다. 10년 뒤면 분양으로 바뀌는 리츠 공공임대 외에 국민임대, 영구임대, 전세임대 등 장기임대주택 재고율을 현재의 5%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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