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절감 효과 사실상 미미
“국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주 원인은 복리후생 때문이었다. 38개 기관들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교육비·의료비·고용승계 등을 개선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초점이 ‘방만경영’에 맞춰져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은 38개 중점관리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를 30% 정도 깎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 액수를 지난해 427만원에서 2014년 290만원으로 줄여, 총액 1544억원(31.3%)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복리후생비 구체내역을 보면, 도를 넘은 방만경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거래소는 1인당 복리후생비가 130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창립기념일과 근로자의 날에 7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고,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비를 6만5000원씩 지급했다. 설·추석에 쌀 등 물품을 지급하던 ‘효도행사’도 치러왔다. 1인당 복리후생비 969만원으로 2위를 차지한 수출입은행은 업무와 관계없는 가족 의료비를 지원해 왔다. 마사회는 자녀 1인당 스키캠프(30만원)와 영어캠프(63만원) 비용을 지원했다.
대부분의 기관이 수백만원씩 복리후생비를 줄이기로 약속했고, 그 총액은 1544억원에 이른다. 공공기관 부채 497조1000억의 0.03% 수준이다. 복리후생비 감축을 통한 부채 절감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사회공공연구소의 김철 연구위원은 “과도한 복리후생비는 당연히 비판 받아야 하고 또 감축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마치 공공기관 부채의 대부분이 방만경영 탓인 것처럼 밀어붙인다면 이는 원인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정책 실패나 국책 사업에 따른 부채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해 더 근본적인 부채 감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방안은 노동조합 쪽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양대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가 구성한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단’에 불참하고 경영평가도 전면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노동조합 파업 등으로 복리후생비 감축 이행이 지체되는 경우, 기관장 해임 권고를 제외하는 등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말고 밀어붙이라는 의미다. 올 가을 기관장 평가를 앞두고 ‘춘·하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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