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징역 4년 확정판결을 받아 에스케이그룹은 총수의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날 각 계열사 대표이사 등 그룹 경영진은 긴급 소집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의장 김창근)에 참석해 위기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룹 경영진들은 “총수 형제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이들 형제가 직접 진두지휘했던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 등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예컨대 최근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 석유 자원개발 시장이 새롭게 열렸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수감 중인 상황이어서 신규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미 2012년에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로도 지주회사 에스케이㈜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에스케이시앤시(C&C) 등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시스템통합업체인 에스케이시앤시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되기도 했다. 법정 구속 중에도 실질적 그룹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재계 안팎에서 나왔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더 이상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 회장에 대한 계열사 이사직 재선임이 추진되어선 안된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최 회장의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이사직은 다음 달로 임기가 종료된다.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반복되는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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