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과세’ 방향 옳음에도
부동산 정책 일관성 잃었다는 비판
전문가 “세입자에 부담 전가될 것”
부동산 정책 일관성 잃었다는 비판
전문가 “세입자에 부담 전가될 것”
정부가 주택임대차 시장에 대한 추가 보완은 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임대차 시장의 혼란과 신경질적인 반응에도 일단 시행한 뒤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일 “이번 대책은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입자의 주거부담을 줄이고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맞추고자 마련한 것”이라며 “시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차차 정리될 것으로 보이며, 추가 보완대책을 내놓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5일 연간 월세수입 2000만원 이하 2주택자에 대해서는 2년간 세금매기는 것을 유예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발표한 뒤 시장에선 논란이 무성했다. 월세 임차인에 대해 세액공제를 강화하겠다는 ‘2·26 전월세 대책’에 대한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근’을 내놓은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보완 대책 발표 뒤 집주인들 사이에선 △세금 만큼 월세 올리기 △월세소득 2000만 원 이하로 재계약하기 △세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포기 요구 △집 팔기 등 ‘출구 전략’을 짜내는 움직임이 일었다.
정부는 2주택자의 전세 임대소득 과세와 서울과 지방 3주택 보유자 사이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월세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은 오히려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서울·지방 역차별 논란은 제도 시행을 통해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간 임대소득은 제대로 과세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의 임대소득 과세율은 2%대 중반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세액공제로 월세 임차인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임대 소득 과세에 나서는 일은 정책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임대차 대책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주택 매매 시장 활성화에만 몰두해왔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빚내서 집사라’는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며 “이제 와서 갑자기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을 밝히자 집주인 쪽에서 혼란이 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전월세 임대료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세금을 깎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둘 사이 힘의 우열이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대가가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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