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후속 조처로 전체 금융회사의 텔레마케팅(TM) 영업이 중단된 지 약 1개월여 만인 지난달 24일 일부 신용카드사들이 텔레마케팅을 재개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월급 못받는 카드사 전화상담원
“아직까지 월급을 받지 못했어요. 정부에서 월급의 70%선에서 보전하라고 했다는데, 업계 상황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카드사 전화상담원(텔레마케터) 일을 하고 있는 김민주(가명·46)씨는 답답한 듯 한숨만 내쉬었다.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금융당국이 전화상담 업무를 일제히 중단시킨 지난 1월 이후, 그는 집으로 생활비를 한푼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정보가 유출된 3개 카드사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부분적으로 전화영업을 재개했지만,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 기간 동안 텔레마케터의 고용을 보장하고, 급여 또한 70% 선에서 보전해줄 것을 카드사에 주문했다. 고용노동법 46조에서 기업이 휴업할 경우 기존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한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카드사들도 이런 당국의 방침에 동의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처럼 당국과 카드사가 약속한 수준의 임금 지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카드사와 아웃소싱 업체 간 책임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업체인 아웃소싱 업체들과 구체적인 임금보전 액수 및 영업정지 기간 동안의 비용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전화상담 업무는 대부분 외부용역(아웃소싱) 형태이며, 외주업체에 속한 텔레마케터들은 업무 실적에 따라 성과급 형태로 급여를 받는다.
카드사들은 외주업체들의 업무상 운영비를 자신들이 부담할 수는 없다고 나오고 있다. 예컨대 아웃소싱 업체에서 파견한 인력들이 근무하는 콜센터의 경우, 매달 컴퓨터·전기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아웃소싱 업체들이 부담해온 ‘자릿세’(1인당 30만원)를 영업정지 기간에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한 콜센터 외주업체 관계자는 “카드사 잘못으로 영업정지가 됐는데, 카드사들이 그 부담을 상당 부분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카드사에서 (자릿세를) 알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텔레마케터의 급여만 보전해주면 되지 운영비까지 보조할 순 없다는 입장이고, 이 경우 아웃소싱 업체들은 운영비 손실을 텔레마케터의 임금에서 떼어낼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결국 임금보전이 되더라도 실제로 텔레마케터가 쥐는 돈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 당국의 탁상행정으로 결국은 약자인 텔레마케터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전화상담업무 중단 뒤
‘월급 70%선 보전’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임금지급 약속 안지켜져 사무실 ‘자릿세’ 비용부담 싸고
카드사-아웃소싱업체 사이 갈등
“업계 상황을 알고나 한 건지…”
금융당국 ‘탁상행정’ 문제 지적 “약속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형편”
현장 떠나는 상담원들 늘어 임금 지급이 늦어지는 데 대해 카드사들은 아웃소싱 업체와의 계약 형태나 상담원 급여 체계가 다양해 협상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원마다 보수가 다 다르다 보니 (영업정지 기간의) 보전임금 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카드사마다 (아웃소싱 업체와의) 계약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다. 다른 카드사의 경우 (콜센터) 임대 공간이나 전화비 등을 카드사가 부담하는 대신 성과급이 낮은 구조로 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보전이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상담원들은 속속 현장을 떠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판매영업 상담원 500여명이 이미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담원 김씨는 “전화상담원 대다수가 취약계층이어서 당장 한달 생활비가 끊기면 생계가 막막하다. 12월 이후 사실상 실적을 올리지 못해 석달째 생활비를 보태지 못했다. 당국의 임금보전 약속만 믿고 기다릴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나도 아르바이트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정지된 카드 3사의 상담원은 총 5500여명이며, 이 중 판매영업(아웃바운드) 상담원은 절반에 가까운 2400명 정도다. 아웃소싱 업체 소속 텔레마케터는 정확한 인원 파악도 쉽지 않다. 롯데카드 쪽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초기에 퇴사한 텔레마케터도 많다. 자체 인력은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전속 계약 인원 등 외주 인원은 바로바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5월16일까지 3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처를 받은 케이비(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카드의 경우, 임금 체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정지 기간 임금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시각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임금지급이 늦어질수록 상담원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먼저 생계를 지원한 뒤 구체적인 임금보전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월급 70%선 보전’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임금지급 약속 안지켜져 사무실 ‘자릿세’ 비용부담 싸고
카드사-아웃소싱업체 사이 갈등
“업계 상황을 알고나 한 건지…”
금융당국 ‘탁상행정’ 문제 지적 “약속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형편”
현장 떠나는 상담원들 늘어 임금 지급이 늦어지는 데 대해 카드사들은 아웃소싱 업체와의 계약 형태나 상담원 급여 체계가 다양해 협상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원마다 보수가 다 다르다 보니 (영업정지 기간의) 보전임금 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카드사마다 (아웃소싱 업체와의) 계약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다. 다른 카드사의 경우 (콜센터) 임대 공간이나 전화비 등을 카드사가 부담하는 대신 성과급이 낮은 구조로 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보전이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상담원들은 속속 현장을 떠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판매영업 상담원 500여명이 이미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담원 김씨는 “전화상담원 대다수가 취약계층이어서 당장 한달 생활비가 끊기면 생계가 막막하다. 12월 이후 사실상 실적을 올리지 못해 석달째 생활비를 보태지 못했다. 당국의 임금보전 약속만 믿고 기다릴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나도 아르바이트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정지된 카드 3사의 상담원은 총 5500여명이며, 이 중 판매영업(아웃바운드) 상담원은 절반에 가까운 2400명 정도다. 아웃소싱 업체 소속 텔레마케터는 정확한 인원 파악도 쉽지 않다. 롯데카드 쪽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초기에 퇴사한 텔레마케터도 많다. 자체 인력은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전속 계약 인원 등 외주 인원은 바로바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5월16일까지 3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처를 받은 케이비(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카드의 경우, 임금 체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정지 기간 임금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시각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임금지급이 늦어질수록 상담원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먼저 생계를 지원한 뒤 구체적인 임금보전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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